2016.09.16. pm6:45 - 09.17am 4:48 (10'19)
세번째 42.195 km 마라톤을 하며
올 겨울 어쩌다 마라톤(이라 쓰고 걷는다) 풀코스를 체험하고 은근 이게 중독인바,
벼르고 벼르다 이번 기회에 또 달렸다.
8월에도 팀이 있었으나 그땐 무더위에 지쳐 내가 링겔을 꽃고 있던 터라 포기했다.
날도 선선하겠다, 무엇보다 연휴의 한복판이여서 여유롭다.
특이하게도 이번엔 다저녁에 출발해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양서역에서 대성리 역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코스다.
6시무렵 팀과 모여 인사나누고 준비운동하고 출발한다.
본격 시작 전 마라톤은 결국 자기와의 한판 씨름이라며
달리면서 씨름하고 싶은 자기만의 주제, 결심을 적으랬다.
나는 내 이름으로 일을 하고 내 힘으로 오롯이 해내어
그 과정과 결과에서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기를
그리고 내게 일을 맏긴 클라이언트에게도 당당하기를 위한 주제를 떠올렸다.
세번째 달리는 길. 늘 시작은 어두웠다.
두번째 마라톤까지는 암흑에서 동이 밝아왔다면 이번에는 끝까지 어둠이다.
한겨울에 비해 날씨 조건도 좋으니 이번 판은 8시간 대로 올 수 있지 않겠나는 희망까지 품었다.
아아. 출발부터 달리는것은 좋았다.
5km 단위를 55분에 달리기를 3회...
이 페이스라면 9시간 초반 대는 문제 없을거라며 스스로 감격에 겨워할때 쯤...
무릎이 나갔다.
지난번 10km를 조깅할 때 나타난 증상과 같다.
그땐 왼무릎 통증과 운동화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고관절까지 쌍으로 아팠다면
이번엔 왼쪽 무릎과 왼쪽 허리가 쑤신다.
이때부터 헬게이트가 다시 열린다. 에라이 모르겠다. 본격으로 걷자. ㅎㅎ
반환점을 돌아오는 15km 남은 지점부터 비가 쏟아진다.
준비해간 우산을 쓰고 절뚝거리며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앞으로....
하루키는 묘비명에 이렇게 쓸거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나는 마라톤에 한해 이렇게 말하련다.
적어도 끝까지는 걸었다.
끝까지 걸어낸 나의 기록. 10시간 19분.
차량으로 실측할시는 풀코스 거리로 측정했다는데, 나의 거리 어플에선 요렇게 나온다.
뭔가 찜찜하지만 그래도 주최측의 실측을 믿어야지 ㅎㅎ
새벽 6시 넘어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가, 이른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
산골 자락의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마라톤 후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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