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배수진을 칠 때는 언제인가

코치 박현진 2011. 9. 3. 22:55
배수진 背水陣 
등 뒤에 강물이 흐르니 싸움에 져서 죽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에 임한다는 의미.
계백이 황산벌에 임할 때의 장엄한 비장미도 여기서 드러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살면서 내 삶에서 '배수진'을 쳐본 적이 없다.
인생을 걸어 본 적이 없으니 절절하게 매달린 적도 처절하게 실패해 본 경험도 없다. 
적당한 선에서 시도해보고 적당한 타이밍에 멈췄다.
그러니 비겁하게도 인생에서 구구절절한 사연은 없는 셈이었다.

육체를 대하는데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편한 것과 더 친해서 잠을 아껴본적도, 숨이 꼴깍 넘어가게 달려본 적도, 오랫동안 운동을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남들은 행복한 중독이라는 마라토너 하이(marathoner`s high)의 쾌감도 모른다. 

안전한 땅에 한발 걸치고 목 빼고 다른 세계를 넘보는건 할 수 있어도, 
한발을 마져 옮기기는 두려운거다.
필사적이고 간절하고 절실한 적이 없던 나는 두려운거다.
비참할까봐,
자책할까봐,
힘들까봐,
어려울까봐,
생존 자체가 문제될까봐...

배수진을 치는 때가 언제인가를 묻는 것은 어리석다.
그 전에 마음의 자세가 되었냐는 것이 문제일 것이고.
24시간을 몰입할 그 무엇을 찾았냐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 고민마져도 한발을 걸치고서는 집중하지 못한다는게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