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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구전문화에서 찾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주 동안 내 정서를 지배하는 서편제.

영화에서 그렇듯 뮤지컬 서편제에서도 클라이맥스는
심청가의 한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다. 
수십년간 떨어져 서로 그리워하던 남매의 상봉은 
죽은 줄로 알았던 심청이가 심봉사의 극적인 상봉과 오버랩된다. 
대부분 관객들은 차곰차곰 적셔왔던 눈물을
이쯤에서 부터는 수도꼭지 터지듯 쏟아내게 되어있다.


음악마져 좋아 ost까지 구매하여 들다가 서편제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심청가 中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 즈음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심청가 中 심봉사 눈뜨는 대목


(중략)
아뢰리다 소맹인 아뢰리다. 소맹인 사옵기는 광주토화동 고토읍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달을 산후달로 상처하고
철모르는 딸자식을 강보에 쌓아서는 안고 이집저집을 다니면서
동냥젓을 얻어먹여 겨우겨우 길러내어 십여세가 되오니
이름은 청이옵고 효행이 출천하야 그애가 밥을 빌어 근근이 지내갈적
우연한 중을 만나 공양미 삼백석을 부처님께 시주허면 소맹 눈을 뜬다는디
효성있는 내딸 청이가 삼백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지가 우금 삼년이오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먹은 몸을 살려도 쓸데 있소 당장 목숨을 끊어주오...
(중략)



이 몇 줄의 내용으로 심청가를 모르는 관객도 이 장면으로
심봉사가 심청을 동냥젖으로 키우고 인당수에서 잃은 내력을 알 수 있다.


완창하는데 수 시간을 소요하는 판소리. 
소리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이고 전체 극을 이끌어가는 해설자이다.  
전체이야기를 전달하는 전지적인 인물이자 이야기속의 인물을 대변해 말하기도한다.
위의 대목에서는 심봉사가 되어 심봉사의 이야기를 황후에게 요약전달 해야하나
황후가 바로 본인의 자식인 심청이인 줄 모른다.
극의 흐름을 따라 관객은 모든 사실을 알지만 
이 장면에서는 처음부터 이야기의 요약본을 들어주어야한다.
그렇다면 반복된 내용을 지루하지 않고 핵심만 잡아 전달해야한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전체 분량에서 꽤 차지하는 듯 한데 확실하게 알고 싶어서 자료를 찾았다.
 

(참고서적)
현대화사설본 심청가·흥보가
장미영, 이태영 등저

심청가가 시작되는 장면부터 심청이가 인당수 물에 빠질때까지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박동실 바디 심청가 총 53장 중 1장 ~ 30장 까지
정응민 바디 심청가 총 57장 중 1장 ~ 33장 까지
김연수 바디 심청가 총 68장 중 1장 ~ 38장 까지
세가지 종류의 사설본 모두 위 장면에 해당하는 내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내용의 절반이 넘는 이야기를 반복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지루하지 않게 잘 전달하려면
1. 사실을 전달하되
2. 군더더기 없는 내용으로
3. 똑 떨어진 표현이면 (어감, 운율 등) 더 좋다.

최근 커뮤니케이센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핵심을 간추려 전달하는 방식이 절대적으로 훈련이 안되어 있다는 판단이 든다.
구전에 강한 우리 민족적 특성이 낳았다는 판소리에서 이런 힌트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