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브랜드 칼럼 23

[나쓰기 #3] 스무살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도저히 실험실에 있는 것을 견딜수가 없으니 관심은 과생활 밖으로 향했다. 한창 대학 동아리에서도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선배들을 따라 동아리 순례를 하는데 유독 봄바람에 실려오는 향을 따라 움직인 곳이 서예동아리방이었다. 벽에 는 연습한 글을 걸어 놓은 화선지가 날렸고, 한쪽에선 먹을 갈고 있었다. 그 향에 반했다. 사실 서예 자체가 좋았던건 아니고 사람들이 좋았다. 수업 끝나면 바로 동아리방으로 가서 수다를 떨거나 날적이라 이름불리는 공용 낙서전용 노트에 글을 적었다. 한 감성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누군가는 그날의 감상을, 마음에 담고 있는 고민을 적었고, 누군가는 답을 했다. 나도 글 쓰고 답하는걸 즐겨했다. 전공수업에서 도피하듯 동아리 방에서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과 수업은 고등학교의 ..

[나쓰기 #2] 은행잎의 징코산을 추출하라굽쇼?

미래 희망 '직업'을 써서 내라. 3순위까지. 공교육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구나 한 번씩 받아봤을 진로조사. 중학교 1학년 14살. 나는 설문조사란에 '시인'이라고 적었다. 나머지 2,3순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적어낸 대부분은 과학자, 교사, 약사, 회사원이 대부분이었을터. '시인'이라 적어 낸 눈에 띄었는지 담임 선생님은 '우리반에서 시인을 직업인으로 쓴 애는 너 뿐'이라 했다. 이즈음의 또래 소녀들이 그렇듯 나도 그런 소녀였다. 한국 단편 소설집을 읽고, 시를 읽고, 봄에는 꽃잎을, 가을에는 낙엽을 주워다가 책갈피에 끼워넣는. 웃음 많고 수다 많던 소녀였다. 그 아이가 '시인'을 이라고 적은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 수 어른이 될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서이지 않았을까? 6년 후 스무살..

[나쓰기 #1] 내 거짓말을 찾아봐

나에 대해 100개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한다. 과연 100가지가 나올까 지금으로서는 염려가 되지만 한 번 파보기로 결심한다. 땅 파듯 야곰야곰 파나가다 보면 천연암반수 터지듯 이야기 거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의 나다. 일상에 묻혀있던 순간의 선택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추적은 게임의 형식을 빌린다. 나에 대한 소개를 9가징 팩트로 나열한다. 딱 한 가지 거짓말을 채워 넣는다. 거짓말 찾기 게임이므로 거짓말은 찾기 어려울수록 게임의 흥미도 높다. 다른 이들이 그 교묘한 거짓말을 찾기 위해 유도 질문을 한다. 거짓말을 찾느라 대화를 나누며 미쳐 알지못했던 거짓말쟁이의 모습를 발견한다. 게임에 시동을 건다. 여행사에서 근무할 당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