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컨대, '왜?' 냐는 물음에 나는 '그냥' 이라는 답을 할 뿐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의 길로도 알려진 그곳은 오로지 걸어서 여행하는 곳. 800 km에 달하는 길을 걸으려면 30여일이 훌쩍 넘는다.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가 인생의 전환을 맞았다는 길. 소심하고 까칠한 여자라는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걷고 온 길. 종교인에겐 성지순례의 한 코스라는 길. 그것이 대략 내가 알고 있던 길의 정보였다. 그 길을 알게 된건 작년 2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엉덩이로 방바닥을 기어다닐 때였다. 움직임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인지 그때부터 오래도록 걷는다는 행위를 환장할만큼 원했던 것 같다. 산티아고로부터 불어오는 자유의 바람은 슬슬 콧구멍을 간지럽히기 시작하여 가슴 한 켠을 후벼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