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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보이지 않으면 어떤 걸 볼 수 있나 - 어둠속의 대화 관람기

# 1
어린 시절, 참 사랑했던 연극이 있었다.
권력속에서 예술을 하고싶었던 광대, 권력에 대항하다 눈을 잃은 광대.
처형 전날 앞이 보이지 않는 광대는 이렇게 말했다.
'길아, 이렇게 눈이 안보이니, 많은 것이 보여.... 니 마음까지도'


# 2
회사에서 장애인 여행을 기획한 적이 있었다.
몸이 불편해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내는 장애인들에게 여행을 경험하게 하자는 좋은 취지였다.
궁금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여행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나는 단순히 여행은 보는 것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내렸던것 것 같다.
이 질문에 행사를 진행하던 실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잊을 수 없다.
눈이 보이지 않는대신 다른 감각기관은 더 잘 느낄 수 있죠.


# 3
전시는 보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전복한 전시가 있었다.
전시장은 빛이 조금도 없는 완벽한 암흑을 제공한다.
시각을 완벽히 차단한 상태에서는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닌 느껴야 하는 것이었다. 

시각을 제한 나머지 감각을 최대한 예민하게 세워올리고
새소리, 바람의 느낌, 음료의 맛, 내 손에 쥐어진 다양한 사물들의 촉감.
그리고 옆 사람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시각이 대부분을 의지하니 작고 사소한 감각을 통해 얻는 섬세한 감각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음을 깨달았다.
어떤 계기로 서먹해진 친구사이나 연인이라면, 어둠속의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장장 한시간 반에 달하는 시간동안 서로의 감각에 의지할 수 밖에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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