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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메뉴 많은 음식점



남산 자락을 헤매다 헤밀턴 호텔 앞에, 일어, 영어, 한글로 쓰인 한눈에 보기에도 정신 사나운 음식점이 있었는데,
설마 호텔 씩이나 앞에두고 이런 황당한 곳이 있겠나 싶어 들어갔다.
주차할 데가 없어 되는데로 들어가긴 했으나 벽지에 덕지덕지 붙은 메뉴표를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쌍화차, 와인, 맥주를 함께 파는 곳이었다.
메인 메뉴 없이 잡다한 메뉴 많은 음식점 치고 멀쩡한 음식점 못봤다.

수제 소세지와 카레라면과 80년대 경양식집에나 있을 법한 샌드위치 메뉴 사이에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주인이 호들갑스럽게 극찬하는 '우리집에서 제일 자신있는 카레'에 휘둘려 카레라면과 카레덥밥을 시켰다.
찬밥에 말아온 카레덮밥 8천원, 덜 삶은 라면 면발에 미지근한 카레 끼얹어 나온 카레라면 7천원. 
선심쓰듯 수요일, 금요일은 서비스로 김밥을 그냥 준다고 한 김밥은 보는 순간 정체가 밝혀졌다.
월,화에 남은 찬밥으로 수요일 김밥을 싸고, 수,목요일에 남은 찬밥으로 금요일 김밥을 싸는구나.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도 교훈을 얻고 나오는 MU멤버들.
핵심 서비스 하나만 완벽히 잘 하자.
메뉴가 산발할수록 제대로 하는 건 하나 없다는 반증.
핵심 서비스가 완벽하지 않으면 부 서비스를 아무리 많이 줘도 기분 나쁘다.
그런 경우 보조 서비스 또한 허접하기 마련.

아니나 다를까.
후식이랍시고 나온 커피는 뜨거운 물에 인스턴트 커피 알갱이 듬뿍 탄 사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