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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여행칼럼

[월간 VIVID BNT]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다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다


스페인 시골구석을 여행할 때였다. 발이 너무 아파 히치하이크를 했다. 사람 좋게 생긴 차 주인은 영어가 불가능했다. 바벨탑의 비극을 떠올리며 국제적 언어인 보디랭귀지로 겨우 목적지를 전달했을 때 이 남자 갑자기 국도를 놔두고 산길로 달리는 것이 아닌가!! 여차하면 뛰어내려야겠다고 긴장하고 있을 무렵 낭만적인 석조건물이 나타났다. 개와 고양이가 달려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어댔다. 공용어로 믿었던 바디랭귀지로 서로 다른 말을 했었던 거였다. 그렇게 얼떨결에 초대되어 스페인 가정식을 대접받고 예정된 길을 나섰다.


한번은 대만의 골목길을 친구와 여행할 때였다. 최대한 현지문화를 경험하고자 가이드북은 휴대하지 않았다. 버블티로 유명해 보이는 노점에서 한자메뉴판을 열심히 해석하고 있을 때 ‘한국분이세요?’라는 반가운 소리. 대만에서 교환학생으로 머무는 한국 학생이었다. 그 친구 덕분에 가장 인기 좋은 버블티와 대만대학생이 가장 좋아한다는 치킨 포켓을 알게 되었고 맛있게 먹는 방법도 전수받았다. 또, 그만 알고 있다는 비밀스러운 맛집도 안내해 주었다.


여행사에서 일한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여행도 취미가 되었다. 답사, 휴가, 출장으로 많은 여행을 했으나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는 여행은 기대하지 않은 만남으로 얻은 경험이었다. 가이드북을 고이 접어두고 최대한 현지의 문화를 느끼려는 자유로운 여행을 할 때면 항상 아쉬운 것은 ‘현지를 잘 아는 친구 한 명만 있었어도.’ 였다. 이런 생각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 로컬가이드와 현지의 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싶은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있다면 어떨까? 전 세계 곳곳에 현지를 잘 아는 일반인들이 자기만의 여행을 기획해서 자기 이름의 투어를 소개하고 여행자는 상황과 여건에 맞게 그 투어를 선택한다. 그리고 적정한 가이드 비용을 받는다면? 개인의 일상이 여행자에겐 여행이된다.


내 불편을 이유로 서비스를 구상했으니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나와 코드가 잘 맞는 동료를 꼬드겼다. ‘평생 현역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하는 것이 곧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이 일하는 것인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안정과 불안, 일상과 흥분 사이에서 고민하던 친구는 이렇게 우리의 삶으로 합류하였다.


순우리말 중에 ‘마실'이란 단어가 있다. 원래 뜻은 마을이다. 그게 오랜 세월이 지나 이웃동네에 놀러 다녀오는 것으로 변형되었다. 여기에 영어 Go를 더해 GoMasil이라 이름지었다. 국외여행이 보편화한 현대에 이웃 나라에  마실가듯 여행객들을 만나 친구가 된다는 의미로 서비스명을 정했다. 한발 나아가 나의 일상이 타인에게는 새로운 공간이고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잉여의 시간을 활용하고 우리의 개성이 담긴 로컬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다. 좌충우돌 친구를 만나는 여행.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곳. 그리고 평범한 당신의 일상이 여행으로 변하는 마법이 되는 공간을 꿈꾼다.

여행문화기획자 박현진
여행이 곧 치유이고 삶의 원동력이라 믿는다.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것을 수많은 취미 중 특기로 꼽는다.

직장생활 10년 이내에 내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으나 1년을 남겨두고 덜컥 신생법인 대표가 되었다.

평범한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여행플랫폼 고마실 대표 (www.GoMas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