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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오늘 나는, 지독한 나르시스트를 만났다 - 99 Variations




강영호.
한때 한국영화 포스터의 90%를 찍었다는 상업사진가.
그가 어느날 미술관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도자료에 내 건 몇 컷의 사진으로 미루어 보건데 '이건 내 코드다' 싶었다.

작가 퍼포먼스와 함께 봐야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한 날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지독한 나르시스트를 만나고 왔다. 

인간은 가슴에 저마다의 수선화 한 송이씩은 키우기 마련인데
오늘 99개의 수선화를 복제해대는 괴력의 사나이를 만났다.
(실제 전시에서는 44개의 수선화만 걸려있다.)
내가 생각하는 self porait 의 요건은
나르시즘에 기반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이미지일 것,
그리고 스토리를 담을 것이다.

당당히 그는
'차별화가 나의 전략이다.'
'남과 다르고 싶다는 과격한 욕망이 만들었다.'
'내 작업의 컨셉은 요건 못 따라 하겠지.'라고 말했다.

인간은 저마다 가슴에 수선화를 품고 있다.
남과 다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나가 갖고 있다.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것은 그래서이다.
누구나 요건 못 따라 하겠지를 꿈꾼다.
모든 인간이 갈망하는 게 아닐까.
자기표현욕구는 인간에게 내제된 속성아닐까?

누군들 자신의 다른 모습을 상상해 본적이 없었을까.
이 전시가 관객의 호응이 있었다면 아마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그가 훌륭한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상상을 실행했다는 데에 있다.
그것도 그가 가장 욕망하는 자기자신과 가장 잘하는 사진찍기로.

그의 블로그에 가면 그의 세계로 빠져들기를 유혹하는 손짓을 볼 수 있다.
그곳에는 나를 대신해 내 욕망을 투영한 나르시스트가 있다.


 

- 전시장소 : 성곡미술관
- 전시명 : 강영호 99 variations : image telling : 춤추는사진작가
- 전시오프닝 : 2009.11.24(화) 오후 6시
- 전시 기간 : 2009.11.25(수) ~ 2010.01.24(일)
- 전시 기간 내 퍼포먼스 및 작가와의 대화 : 매주 토요일(12.19(토)제외) 오후 4시


사진출처 강영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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