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을 통해 지인을 사귀었다. 알고보니 그도 용산구민이었다. 남산 공원 주변에 산다고 했다.
마침 이즈음 나는 아침 운동을 하겠다고 며칠 바득거렸다. 이대로 겨울이 되면 운동은 하지 않을것이라며.
가뜩이나 체력이 비실인데 겨울은 또 얼마나 웅크리겠냐고. 땀은 사우나에서만 흘릴 뿐이라고.
지인은 그 좋은 남산 자락에서 종종 운동을 한다고 했고 나 또한 운동한다고 크소리를 쳤더랬다.
그렇게 시작했다. 지인은 남산 조깅코스를, 나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일종의 크로스 체킹 같은거였다. 아침에 일어나 꾸역꾸역 운동을 한다. 문자를 보낸다.
동네친구, 나 오늘 줄넘기 1000번 했어. 그럼 그 친구도 오늘 삼십분 조깅했다는 답이 왔다.
첫날은 줄넘기를 하다가 며칠 후에는 기세 좋게 전쟁기념관으로 조깅한다고 뛰어갔다.
전투기와 탱크 사이를 누비다가 그마져도 다음날 그만뒀다.
일요일 아침에 남산으로 조깅하러 안올래? 남산가이드는 내가 할께.
미적지근하게 운동계획은 없던 일이 될 무렵 동네친구가 제안을 해 온다.
오 남산, 서양인들이 쫙 붙는 트레이닝 복장으로 씩씩하게 달리던 숲?
혹은 목줄을 단 개를 몰고 산책하던 그 곳?
서울이되 서울같지 않던 그 곳?
예상만큼 아름답고 공기좋고 세련된 남산코스였다.
늘 동네서 보이던 남산타워였지만 이렇게 타워를 향해 달릴수 있다니 감회도 새롭다.
주말 오전 이런 에코생활을 누리다니 잘 선택한 일이다.
아침 8시 반부터 구불구불 한시간 반을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타워가 가깝다.
내친김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세상에나 드라마에서 보던 자물쇠 벽이 나타난다.
어느새 남산타워는 명물 관광지가 되었나보다.
이른 아침, N타워는 영업개시도 안했거늘 태국, 중국 관광객들로 장사다.
나 또한 마실나온 동네 주민 모드에서 관광객 모드로 변신한다. 스마트폰을 꺼낸다.
연인과 함께 연인의 장소에서 최고로 예쁘게 꾸민 관광객과
떡진 머리에 추리닝 바람의 마을 주민은 이토록 대조적이었다.
나는 생활이고 그들은 여행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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