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상추쌈 프로젝트] 도시아낙 모종을 구하다

코치 박현진 2012. 4. 14. 15:12

'얘, 모종파는데 알아놨다.' 
아차산 3번 출구에서 만난 모친의 말에 눈이 번쩍 띄인다. 
서편제 공연을 보러 그 근처에서 약속을 했는데 며칠간 모종을 찾아 헤맨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그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본 모양이다.
주택 사이로 시장이 있고, 과일겸 모종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고추, 상추, 쑥갓...등등을 비롯 가지각색의 꽃 모종까지. 조그만 평수에서 없는게 없었다.
우와~~  감탄은 잠시 초짜가 키울 수 있을만한 것은 상추뿐이라는 현실로 돌아와 몇개를 집어낸다. 

'잔디 심긴 땅인데 그런 흙에서 잘 자랄까요? '
'그냥 거름 섞으면 되야~.'

그리하여 거름 한 푸대 3천원, 4개에 천원하는 모종 3천원어치, 모종삽 천원. 해서 육천원을 내고 사왔다.
오늘 아침 드디어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본능적이다. 그냥 보이는 걸로 바닥을 팠다. 깊게 앉힌 잔디가 딸려나온다. 뽑힌 잔디에겐 미안하다.
나의 상추 심을 밭 한뙤기만 남겨다오.  




거름을 흙이랑 알아서 섞으라고 했다. 거름을 만지기가 두려웠다. 
톱밥, 소똥, 돼지똥 등의 각종 퇴비로 만들어졌다고 친절하게 씌어있다.
어릴 적 농촌을 지날 때 코를 괴롭히던 바로 그 똥냄새이니까. 
그래도 도시농부아낙 코스프레는 이어진다.
대충 심어도 될만하다 싶을 때 모종이들을 데려왔다.





상추모종 한넘을 잡았다. 흙에 뿌리가 실타래처럼 단단하게 얽혀있다. 아직 떡잎이 떨어져 나가지도 않았네.
아유 새파란 야들야들한 귀여운 내 상추. 





모종삽 파서 일렬종대로 하나씩 심었다.
한낮에 도시농부를 자처하며  오피스텔 옥상에서 쪼그리고 앉아
퇴비냄새를 맡으며 꼼지락대니 이게 무슨짓인가도 싶다.

과연 쟤네들이 잘 자라줄지.
나의 상추쌈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칠수 있을지... 기대되는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