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국적인 사고를 가진 보수적인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을 고백해보련다.
나는 외국 여행중 처음 보는 남자에게 (그것도 외국인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무작정 삼일간 그의 일터로 찾아갔다.
그리고 사심(?)을 가득 담은 러브레터를 써서 보냈다.
게다가 우정(?)의 표시를 강력히 주장해 볼키스도 당(?)했다.
이 모든 사건들은 삼십대의 멀쩡히 직장에 다니는 홍대 클럽에도 안 가본 보수적인 처자가 만들어낸 사건이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만 모였다는 이비자 취재를 가기 전에 어쨌거나 사전 준비는 필요할것 같아
바르셀로나 클럽을 답사할 필요는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클럽의 DJ에게 반해버렸던 것이다.
대충 DJ의 개념적인 표면은 근육질 몸매에 거의 나시만을 입고 살짝 건들거리거나,
레게머리나 탈색을 하면서 머리털을 못살게 한다거나
혹은 심각한 표정으로 흥에 겨워 이거나...
어쨋거나 전위적 아뤼스트의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 마감 직전에 들어간 클럽에서 미소하나만큼은 기가 막힌 남자를 발견했다.
자신의 손끝으로 만들어진 음악의 비트의 강약에 따라 흐름에 따라
관중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즐기는 모습은 진정 일을 즐기는 자의 모습이었다.
노멀한 멋을 추구하는 전 세계인의 평범한 남자라면 다 갖고 있을 폴로 스타일의 깔끔한 반팔셔츠.
머리 감고 대충 말렸을 털고 나왔을 법한 꾸밈없는 금발머리의 디제이.
아니. 저것은... 모범생이자나.
그 친구를 보고 떠올린 첫 인상이란...
토종 한국인인 내 눈에는 서양인들이 대체로 박물관에 있는 석상들보단 덜 잘생긴 실체들이었다. 물론 그도 그랬다.
(기억하자 분명 덜 잘생겼다고 했다. 객관적인 시각은 유지하고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조각 같은 미남은 아니나 그리스 풍의 대리석 석상 삘이 충분했다.
혹은 해맑기 짝이 없는 네로군. 플란더스의 개 파트라슈와 푸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모습.
딱 저 정도로 묘사할 수 있겠다.
어쨋든 해외가서 웬만큼 배가 안고프면 말을 안 거는 소심한 내가
그의 존재가 궁금하여 다가가 말을 걸어버렸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감동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아달라.
클럽이 마무리 되고 앞뒤 안가리고 찾아가 인사를 건냈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그날 따라 관객의 반응도 훌륭했던 터라 몹시 상기되었나보다.
내게 DJ Smile 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악수를 나누면서 한 말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그가 한 말에 난 그만 충격을 받고 말았다.
'Thank you. I love my job'
오 멀리 이국만리까지 날아가 내가 가장 감동했던 순간은
지중해의 이국적인 풍물도 아닌 바로 이 한 문장이었다.
아이.러브. 마이. 잡.
이 한 마디를 들으러 수만 마일을 날아왔던 걸까.
나는 그 한마디에 얼어붙은 듯 멈췄다.
매일 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 속에서도
나의 레코드 한 번으로 바뀌는 관객들과 교감하며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것은 바로 행복이었구나.
그래서 동양에서 온 여자의 인사에 격하게 감사하며 외치는.
나는... 내가 하는일을 얼마나 사랑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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