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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기록/한국

시산제(始山祭) 체험기



始山祭 산악인들이 매년 연초에 지내는 산신제로 일년의 안전을 기원하는 행사다. 
올해는 정암산에서 하는 행사를 따라가보았다. 정기가 좋은 산을 골라 잠시 오르고 돌아온다.
오늘의 산행은 온통 시산제에 신경이 기울어 있다. 축제는 일년에 한번 뿐이기 때문이다.




산을 두어시간 올랐다 내려오고 나면 시원한 막걸리가 기다린다.
걸죽한 막걸리 한잔 하고 신김치 한점을 집어 먹으면 유산균들이 입안에서 한판 벌이는 춤사위를 즐겨보자.
시큼텁텁한 막걸리와 한창 익어 거품이 보글거릴 신김치가 어찌나 식욕을 돋우는지... 
막걸리는 이쯤에서 놓고 점심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고사상을 본다.






고사상의 꽃 돼지머리, 그리고 시루떡.
땅에 사는 짐승 중 돼지는 예로부터 다산 다복을 상징했다. 웃고 있는 돼지머리는 해학적이다.
고사에 돼지머리를 사용하며 귀를 세우고 이마나 얼굴에 상처나 흉터가 없어야 좋은 돼지머리다.
웃고있는 돼지의 주둥이에 지폐를 물려주는 ‘고사’ 행위는 부의 상징을 의미한다.



 


제문을 낭독하고 절을 올린다. 제를 주도한 사람이 절을 한 자에게  술을 따라주고 술을 받은자는 마신다. 
그리고 마음을 담은 봉투를 혹은 지혜를 돼입에 물린다.  
이 의식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웃는 돼지 입에 누가 얼마만큼의 지폐를 꽃아주는가이다.
행사 주최자는 가급적 입을 크게 벌린 돼지머리를 선호하겠다. 행사를 만든 사람들의 저녁 회식값이 된다.



 


제를 올린 음식은 골고루 나눠먹는다. 복스런 음식이기에 경쟁도 치열하다. 마치 운동회를 보는 듯하다.
잔치를 하고 음식을 나누고 흥겨운 분위기를 사람들은 아이처럼 즐긴다.
알이 굵은 사과와 배는 각자의 호주머니로 사라진지 오래고 시루채로 가져온 떡과은 따끈하게 김이 날 때 이미 동이 났다.






하이라이트 돼지머리 해부다. 귀부터 해서 머리를 얼마나 잘 바르냐에 따라 막걸리가 얼마나 남을지가 결정된다.
돼지 혀가 꽤 맛있는 부위인데 이걸 빼내는게 어지간히 힘들다고 한다. 
'세빠지게 힘들다.'는 말은 돼지 혀를 빼낸다는 데서 유래됐다.
얼마나 힘들게 빼서 미각을 만족시키는지 그 장면은 안타깝게도 목격하지 못했다.
권해 주는 혀 한조각도 맛을 볼 용기가 안났다.

 
 


점점 줄어드는 돼지머리. 알뜰한 사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