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북카페 초록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카페로드 상영회가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 이담씨는 이동 카페 트럭 풍남이와 함께 전국을 여행한다. 말하자면 찾아가는 이동카페인 것이다. 영화 상영 전 이담씨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셨다. 영화를 마치면 나머지 한 종류의 커피를 마신다. 매 상영회마다 8가지 원두를 준비하고 그 날의 분위기에 맞는 2개의 원두를 선택해 핸드드립 한다.
처음 마신 커피는 이디오피아 로미타샤 였다. 새콤한 향이 풍미를 돋구는 도도한 맛. 커피를 잘 모르는 나에게도 느낌이 왔다. 이건 비싼 커피겠구나. 영화를 보고서는 두번째 커피를 내렸다. 쌉쌀하고 고소한 코스타리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때 종종 선택하던 조금은 익숙한 맛의 쌉쌀하고 고소한 코스타리카였다.
로미타샤가 너무 강렬했던가. 한시간이 지났지만 그 향의 기억으로 두번째 커피는 덤덤했다. 로미타샤는 코스타리카의 순박함이 무안해지게 만들었다.
경험의 단계를 거칠 때 나는 과정이 흥미로웠으면 한다. 다음 단계가 더 기대감이 있고 더 짜릿했으면 한다. 삶은 더 나은 경험을 할 때 의욕과 흥미는 배가 되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할 것인가? 로미타샤같은 강렬한 경험 끝에 오는 안정감. 아니면 일상적인 소소함을 뒤흔들 강렬한 인상 중에서.
3.2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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