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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16 곁가지 잘라내기

주말인 오늘 태안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에 갔다. 운이 좋아 조경전문가에게 숲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푸른 눈의 이방인 故민병갈 설립자(Carl Ferris Miller, 1921~ 2002)의 평생 역작으로 서해안의 태안반도 만리포 해변 옆 천리포라 불리는 해변 마을에 자리한 우리나라 최초 사립 수목원이다.

 

20만 평에서 단 2만평만 개방한다. 나머지 18평의 숲은 일반인들의 눈엔 그저 일반적인 산으로 보인다는데 전문가들의 눈엔 단위 식물의 군락지로 체계화되어 있다고 한다. 목련의 군락지, 진달래 군락지 등으로. 종료시간까지 단 한시간이 주어져 우리는 서둘러야했다. 멸종직전의 식물이거나 희귀종을 중심으로 설명을 들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나무가 있었다. 5미터는 족히 되보이는 침엽수인데 세로선을 기준으로 극단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한쪽은 푸른 잎이 불이 일듯 이글거리는 반면 반대쪽은 고목이었다. 

"저건 어떤 나무에요?"

"흔히 보이는 측백나무예요. 뒷면은 햇빛을 못받아서 그래요. 식물은 햇빛을 못보면 죽어요."

"그럼 어떻게 살릴 수 있어요?"

"햇빛을 가로막는 가지를 쳐야해요. 그래야 안쪽 가지까지 골고루 햇빛을 받고 살 수 있어요."

 

응당 그래야 했다. 곁가지들이 무성히 자랄 때, 그 그늘로 인해 내면의 잎들이 말라갈 때, 과감히 낫을 들고 곁가지들을 쳐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스스로 내면의 그늘을 만들어 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과감한 가지치기가 필요한 것이 비단 저 측백나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3.5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