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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12 애플 브랜드 경험

나는 맥북을 쓴다. 대한민국에서 맥북을 쓴다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인터넷 뱅킹, 인터넷 쇼핑 결제에서 꽤 큰 장벽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을 쓰는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외적인 아름다운 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이 기가막힌다. 맥북 특유의 키감, 터치패드의 민감함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디자인까지. 아직도 기억난다. 맥북이 해외배송으로 배달된 날 제품상자를 오픈하던 설레임. 자그마한 상자에 자투리라곤 하나도 없는 완벽한 구성. 상자조차도 쓰레기가 아닌 작품이었다.

아이폰이 시작이었다. 내 첫 스마트폰은 아이폰 이었고 앞으로도 스마트폰은 아이폰일 것이다. 늘 사용하던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이동할 때 두 손이 자유롭게 팟캐스트를 듣거나 통화를 한다. 며칠 이어폰의 부재를 절실히 느꼈다. 애플의 악세사리 가격 폭리를 아는 바, 서점에 나간 길에 까짓거 아무거나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3가격의 실용적인 제품을 집어 들었으나 계산대까지 가지 못했다. 나는 이제 악세사리 조차 다른대안을 선택하지 않는 애플빠가 되어버렸던 것이었다.

"아이폰이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이었나? 애플 브랜드를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더 성능 뛰어난 스마트 폰을 사겠다, 가성비를 보겠다 등의 답이 나올 것 같았으나 답은 놀라웠다. 
"그리워 하겠죠."

그들에게 스마트폰은 곧 아이폰 이었던 것. 아이폰을 대신할 스마트폰은 없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안되는, 내가 그리워할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걸 애플의 브랜드 경험에서 배운다.


3.7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