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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4 가스라이팅

어느날 가스라이팅을 다룬 글을 인터넷에서 본 후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킵 해두었다. 곧 있을 코칭 강의 시연을 준비중인데 자존감에 관련해 가스 라이팅을 살짝 다루고 싶어서 관련 자료를 찾던 중 '가스등 이펙트'라는 책을 찾았다. 중고도 없고 절판된 책이라 구매 불가능해서 도서관에 갔다. 반나절동안 2/3를 읽었다. 읽으면서 화가났다. 내가 짐작했던대로 나는 확실히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였다.

가스등 이펙트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가해자와 그를 이상화하고 그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피해자가 만들어내는 병리적 심리 현상이다.
1단계는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자신을 낮추지는 않는다.
2단계는 가해자를 이상적 존재로 두며 끊임없이 가해자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그를 증명하기 위해 모든 기력을 소진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가해자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3단계는 인정받기를 포기하고 체념하는 단계로 삶이 무기력 해진다. 모든 것을 자신이 못난 탓으로 돌린다.

결국 3단계에서 무기력에 시달리던 그 관계를 직접 청산하였다. 그 사람의 인정을 받지 않고 관계를 청산하면 더 나은 삶을 살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남아있을 때였다. 아직도 그 울분이 남아있었던지 꿈은 나에게 그 때의 상황을 명확히 보라며 다시 한 번 비춰준다.

조선시대의 나는 선비이다. 누군가와 대결을 해야하는데 상대와 직접 싸우지 않는다. 묶여서 고문을 당하며 누가 오래 견디는가가 승자가 되는 대결이었다. 고문을 당하면서 근육질의 몸이 조각나면서 그 사이에 피가 흐른다. 그리고 그 상황을 심판하는 자는 연산이다. 아, 저런 미친 또라이가 심판이라니. 이미 내 몸은 피칠갑인데, 저런 왕이 제대로된 판정을 내릴 것인가?

이건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학대한 것을 상징한다. 건강한 근육질의 선비가 왜 수동적으로 묶여 고통을 자발적으로 당하기를 택하는가. '왕'이라는 이상화 되었던 가해자는 결국 연산으로 밝혀지면서, 피칠갑을 한 나에게 한번 더 강력히 경고한다. 내가 이상화하고 그의 인정을 갈구하며 스스로를 자학했던 나에게 기어이 꿈은 말해준다. 왕이 좆도 아니었음을.


5.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