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첫번째 42.195km 마라톤을 하며 (11'14)

코치 박현진 2016. 2. 11. 21:39

2016.02.07. am6:30 - pm 5:44 (11'14)

42.195 마라톤을 하며



마라톤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록을 위한 마라톤, 그리고 뛰는걸 즐기는 마라톤. 즉, Fun Run.


명절 연휴 몸과 마음을 정비하려고 찾아간 마을 산음리.

아침 조깅으로 6km 정도 달리는 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하루동안 풀마라톤을 한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터. 

진짜로 달릴수 있는 것인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산음리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단단히 옷을 입고 

차로 한시간을 달려 양서역으로 간다. 

뺭 한쪽 내놓을수 없을 만큼 새벽의 공기는 매섭다.

2-3인 팀을 이뤄 출발한 시각은 6:30분. 

뛴다기 보단 조금 빠른 걸음을 걷는다. 

나는 과연 Fun Run 할 수 있을까?

 




어둠 속을 한시간여 걸었을까? 아침 노을이 슬슬 피어나기 시작했다. 

막막한 어둠이 조금 걷히자 서로의 얼굴이 보인다.

모자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하얗다. 

호흡으로 배출된 입김이 머리카락에 붙어 응결되었다.

내 마스크도 겉면이 꽁꽁 얼어붙었다. 





출발 시간으로부터 3시간 경과. 태양이 드디어 우리에게 온기를 베푼다.




반환점을 돌아 점심 식사를 한다. 

설날이 바로 다음날이라 웬만한 식당은 다 문을 닫았다. 

마침 송어축제가 열리는 천막에서 국밥과 막걸리로 허기를 채운다.

정감있는 식사가 끝나고 나머지 길을 떠나야한다.




생각보다 심장이 찢어질것 같은 고통도 (뛰질 않았으니)

다리가 후달거릴만큼의 근육통도 (천천히 걸어왔으니)없었다.

중간중간 편의점에 들러 각종 당류를 섭취하며 왔더니 주저앉아 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42.195 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란 것 치고 마라톤의 첫 경험은 꽤 괜찮았다.

새끼발가락에 새끼발톱만한 물집이 잡힌 것 말고는 다친데도 없다.

(다만 이틀 후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 실핏줄이 시뻘겋게 터지긴 했다.)




함께 하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는 여유도 부려봤다.

체력이 남아있기에 이왕이면 10시간 대의 완주 기록의 욕심도 피어올랐지만,

과감히 여유를 부리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주변의 풍경이 더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그렇게 해서 얻은 나의 첫번째 풀마라톤의 기록은 11시간 14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