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었던 인상깊었던 말을 소개한다.
이 말씀을 해주신 분은 성공한 기업인인데 본인이 창업을 하고
경영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담담하게 말씀해주셨다.
창업을 하면 무림의 고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회장, 중견기업의 CEO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집 수타 짜장면 가게 사장, 만화 대여점 주인 아줌마, 동네 구멍가게 슈퍼 아저씨...
막상 창업을 해보면 구멍가게 하나 운영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것이며
망하지 않고 운영한다는 것이 위대해 보일 거란 내용이었다.
그 말을 난 내가 사는 동네의 구로시장의 상인들에게서 느낀다.
요새 검은콩을 끼니삼아 먹고있는데 (검은콩 다이어트는 나중에 기회되면 알려주겠다.)
요 콩을 나는 구로시장에서 산다.
마침 콩이 떨어지기도 하고, 볼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 시장에 들렀다.
대부분 장사를 끝내고 문을 닫고있었다.
늘 가던 쌀집에 가서 콩 만원어치를 달라고 했다.
+ (정말이지 애원하는 표정으로) 아가씨, 이 콩 내가 만 팔백원어치 드리면 안될까?
(까칠한 고객은 그냥 만원어치 맞춰달라는데 고기살점 몇그람잘라내는 것도 아니고
콩 몇알 덜어내면 될 걸 그걸 팔백원을 더 받을라고 하나 싶어서 까칠한 대답을 한다.)
= 아저씨, 저 만원 밖에 없어요. 그냥 덜어주세요.
+ 내가 만 팔백원어치 주고 싶어서...
= 네?
+ 문닫을라는데 마지막에 찾아와줘서 고마워서. 그러니깐 만 팔백원어치 드리면 안되까나?
= 하하하하하.....
말씀인 즉슨, 만 팔백원을 내라는 의미가 아닌, 800원어치 덤을 얹어주겠다는 것이다.
고객이 덤을 좋아한다는걸,
그래서 좀더 확실하게 기억하게 위해 이 주인아저씨의 표현에는 반전까지 있다.
미안한데, 800원어치 더 주면 안될끄나? 하니 웃을수밖에.
문닫기 전 마지막 손님을 맞이하는 저 아저씨의 말 한마디로 기분이 좋아진다.
쌀집 사장의 응대 노하우. 이것이 그 아저씨네에 지속적으로 가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런 내공 어디가서 볼 수 있을까나...
+ 구로시장부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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