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코치 박현진 2010. 5. 13. 00:03

애완묘에게 홀딱 반한 남자주인들의 한결 같은 말은 
도도함 때문이라고 한다.
고양이의 관심을 얻고 싶어 온갖 회유를 다 해본 주인이 포기할 때쯤
슬쩍 다가와 무릎에 자리잡은 고양이라니.

여기 고양이 같은 여자가 있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무심한듯 즐기는
그녀의 마음을 모르겠는 남자가
애가 닳아 궁금하게 만드는
그래서 한마디 더 말하게 만드는
관심과 공을 들이게 만드는
끝내 그가 애써 마음을 얻었다고 믿게 만드는
남자에세 성취감을 건네는 여자.
이렇게 고양이의 성향을 타고난 여자와의 연애는 재미있다.


모든 관심과 촛점이 주인을 향해 쏠려있는 강아지.
자기를 알아봐주는 주인에게는 충직한 동물.

여기 강아지 같은 여자가 있다.
언제나 상대의 관심을 궁금해하며
그 사람의 관심에 화제를 맞추며, 
상대를 향한 호감이 눈에 버젓이 씌어있는,
그래서 그의 노력보다 먼저 준비된 마음이 있는,
이렇게 드러난 진심은 때로는 처절한 외면을 받기도 한다. 
안달하는 심정을 겪어보지 못한 사랑은
쟁취의 쾌감도 맛보지 못하는 사랑은 재미가 없다.
개의 성향을 지닌 여자와의 연애는 그래서 재미가 없다.

애석하게도 이런 성향이 남녀의 '연애'에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와 개의 성향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주인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국가와 국민, 군주와 신하로 놓고 보자.
주인에게 재미를 주는 자, 주인에게 충직스러운 자,
어느쪽이 훌륭한 조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신하, 국민이 되겠는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군주에게 충성스런 강아지는 서럽다.
연애는 고양이와 하더라도 
성을 짓는 일은 강아지와 함께 할지어다. 
그것이 현명한 군주가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고양이과 개에 관한 진실, 이 이야기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다.

연애와는 별개로 생활인의 자세로는
충성스러운 개의 성향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종종 고민하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무성(無性)의 구성원이 아닌 이상 이 사회는 분명 남,녀가 구성하는 것이고
여자인 나로서는 고양이의 성향이 유리한 상황을 자꾸 학습하게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나를 알아봐주는 군주를 기다리는 걸 보면
나는 개다.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