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31 팜플로냐-레이나 : 23.5km 오늘은 페르돈 고개를 넘어야 한다. 길은 평탄하고 오늘의 날씨는 덥다. 수확을 다 끝낸 밭은 황토빛 일색이고 하늘은 맑다. 어제 알베르게에서 눈인사를 나눈 순례자와 말을 걸어온다. 호기심이 가득 담은 표정으로. 이 길을 걷는 스페인 사람들은 몹시도 궁금해했다. 동양 여자들이 어떻게 알고 이곳 까지 왔는지. 너는 이 길을 왜 걷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물어오지만, 나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걷고 싶어서라는 늘 하던 말 대신 오늘은 다른 말을 해본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봤어. 그리고 이곳으로 왔지." 한 달의 휴가를 내고 생활하기도 빠듯한 월급을 쪼개서 이곳으로 온 이유? '그냥' 대신에 이유를 꼭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70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