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 갔을 때였다. 늘 그렇듯 엄마가 식탁을 차리고 우리는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우리집엔 여자가 셋이다. 슬그머니 동생과 나는 설것이는 누가 할 것인가에 신경전을 벌였고, 서로 암묵적 동의하에 눈치껏 미루기로 했다. 결론은 엄마가 하게 두자. 는거였다. (참 싸가지 없는 나쁜 딸년들이다.) 밥을 먹고 물러나자, 개수대에 쌓인 설겆이를 본 엄마는 늘 같은 잔소리가 이어졌다. 먹었으면 잘좀 치워라, 다 큰 가시나들이 설것이 쌓아놓는 꼴이라니.... 아무도 없는 빈집에 외출하고 돌아와서 저걸 보면 얼마나 서글픈지 아니? 이날의 잔소리는 며칠을 내 맘을 떠나지 못하였는데, 하나의 단어 때문이었으리라. 서글프다.... 밀린 설겆이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 귀찮아서 짜증나는것을 넘어 서글픔으로 채워지다니. 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