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지역마다 특정 장면을 자주보게 된다.
산티아고 여행 때는 노란 화살표를,
캄보디아에서는 뼈가 드러나는 마른 가죽에 커다란 눈망울의 소가,
유럽의 어느 지역에서는 개와 산책하는 유럽인의 일상이,
그리고 방콕에 왔을 때는 그렇게 늘어진 개가 많이 보였다.
자주 보이는 풍경은 처음엔 무심히 흘려보내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수집하게 된다.
카메라 셔터 한번 누르면 되니 수집이라는 노동을 전제로 하는 단어는 좀 과하긴 하다.
사흘간 방콕시내를 돌아다녔는데 멀쩡하게 서 있는 개를 만나보기는 드물었다.
주인의 손을 탄 것 같지 않은 개들도 거리 한복판에 대자로 누웠고
불교국가라 그런지 어떤 누구도 그런 개를 위협하거나 밀춰내는 모습을 못 봤다.
365일 여름인 국가에서 온몸이 털로 쌓인 개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늘에서 누워 최대한 몸을 움직이 지 않는 것일지도.
하긴 나 같아도 한 여름에 모피코트를 입고 거리에서 살라고 하면 저 자세 이상을 기대할 수 없겠다.
일명 '개작가' 코스프레로 방콕 시내에 누워있는 개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한결같은 개포즈를 보니 제목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라고 붙여주고 싶구나.
여행 후 요런 퍼즐 맞춰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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