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 인터뷰

도심 속 공원을 꿈꾸다 Cafe Urban 전원찬 사장

코치 박현진 2012. 11. 22. 16:09
동료가 그랬다. 어느 까페 사장이 도심 속 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그랬다고.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를 만든 사장의 꿈이 공원이라니.  동료와 찾아갔다. 
부산의 중앙동. 구시가가 밀집한 동네다. 이곳에는 높은 빌딩도 번쩍이는 인테리어로 도배된 카페체인도 없다.
소소하고 낡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동네도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한 계단들이 많다.
40계단이라 이름 붙인 계단엔 랜드마크 이외에는 큰 의미는 없는 듯하다.
콘크리트 계단으로 다음 언덕으로 난 길을 연결해주는 정도의 실용적인 계단이다.
이 주변에 하나둘 카페가 들어섰다.
그래도 오피스는 많은 동네이니 직장인들에겐 식후의 커피 한잔을 가까이서 할수 있어 반가운 일이기도 할거다.




목수가 되고 싶었던 디자이너
캐나다 집을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곳에서 형과 함께 삶의 터전을 만들고 싶었으나 형을 교통 사고로 잃는다. 
한국에서 형이 운영하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이어받아 8년간 자리잡아 잘 운영했다가 건물주의 횡포에 못이겨 정리했다. 
가게의 이름은 파스타 팩토리로 경성대학교 부근에 있었다. 근처 사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꽤나 유명했던 레스토랑이었던듯 하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그곳에서 데이트 하던 연인들이 부부가 되고 아이와 함께 오고, 두살짜리 꼬마애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한 단골손님은 자신의 아이가 커서 결혼까지 하는 걸 보는 레스토랑으로 남아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남겼다고 한다.
그게 그 가게를 8년간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집을 짓는 목수가 되고 싶었던 꿈이 있던 그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꿈을 잊었다고 여겼다.

어느날 공원 벤치에서 사람들이 쉬고, 아이들이 뛰어놀고, 데이트 하며 거니는 사람들과 가게의 손님들과 연결이 되었다.

꿈을 버린게 아니라 그 과정속에 하나의 점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객과 만들어가는 레스토랑, 파스타 팩토리
그가 8년간 운영했던 레스토랑 명이다.
8년전 요식업에선 공업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팩토리란 단어를 쓸수 없었다. (현재는 가능하다.)
그때도 컨셉욕심이 많아서 레스토랑 로고도 톱니바퀴 세개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손님, 스텝, 공간이 하나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에서였다.

그가 이렇게 이름 지은 이유는 고객의 취향을 전부 반영해 말 그대로 파스타 공장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파스타 면 10가지, 3가지 소스, 베이컨을 넣느냐 마느냐 등의 다양한 토핑의 취향까지 반영한다면  90가지에서 수만가지 파스타가 만들어졌다.
손님 개개인의 취향별로 만들다보니 그 사람 이름을 딴 메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캐리란 사람이 이런걸 선택하고나면 캐리스페셜이란 메뉴가 생긴다. 

한번은 독특한 조합을 요구하던 핵토란 친구가 친구들과 방문했다가,
모두 핵토의 레시피를 시켰다. 그날 이후로 헥토메뉴가 생겼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메뉴를 즐기게 되었다.
핵토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그 스페셜 메뉴는 유지됐다.
취향을 기록하고 관리한 4500명의 고객카드까지 작성할 정도였다니 레스토랑의 운영방식이 분명했다.



부산 중앙동 40계단 카페 앞 cafe URBAN 의 전원찬 사장



나뭇잎 같은 휴식처 카페 어반
파스타 팩토리를 경황없이 정리하고 바로 3개월간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했다.

운이 좋아 로마에서 레스토랑에서 10일 정도 일도 할 수 있었다.
그때 커피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오늘의 커피샵을 여는 계기가 됐다.

레스토랑 시절의 고객이 언제 레스토랑 할거냐고 묻긴 하는데 지금은 커피를 하고 싶다.



카페 간판에 나뭇잎 모양의 표지판만 있을 뿐, 텍스트는 표시되지 않았다.
도시의 위성사진을 보고 그물같은 도시의 면을 보고 나뭇잎 맥을 떠올렸다.
녹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공원의 녹지였을 것이다.

처음엔 벌래먹은 나뭇잎이 떠올랐고, 도시의 녹지가 될 수 있는 커피로 카페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 카페 터도 이전엔 분식집이었고 떡볶이 먹으러 왔다가 계약했다.
쉬러 들어온 곳. 커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면 상징성을 갖고 싶다.

urban을 정하고 나니까. 다음 스텝이 떠올랐다.
스피커는 어떤걸 써야하고, 못은 어디에 박아야 할지가 정해진다.
손님을 배려한 공간. 내가 좋아한 공간을 만들었는데 손님들이 좋아하니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낡은것을 재현하는게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는 파스타 팩토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만의 레시피로 커피를 만들고 싶다고한다.
이탈리아에서 로스팅 해 수입한 콩을 쓴다. 그 중 베네치아에서 생산된
bonomi이란 품종이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할 생각은 없다. 이탈리
아 수백년 대를 이어온 장인들의 스킬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
신선할 순 있어도 안정적인 맛은 보장될수 없다고 판단한다.
자신이 선택한 원두로 카페 어반만의 색을 내고 싶다.



▲Urban을 정하자 카페 내의 소품 스타일이 분명해졌다.



프랜카이즈 커피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빼곡히 들어서고 커피 시장이 더 성장할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떤 전략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프렌차이즈와의 고객층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양식과 한식의 차이처럼 극명하게.
프렌차이즈에서 도심의 커피, 비즈니스 미팅을 목적으로 하는 일 중심의 카페라면 이곳은 쉼을 위한 카페다.

가장 정직한 마케팅은 사람이 직접 전하는 것이다.
250인의 법칙을 믿고 있다. 한 사람이 좋은 것을 대했을 때 그 사람으로 인해 연결하는 사람이 250명이다.
카페 어반의 속도는 그렇게 사람 사이로 천천히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