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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제대로 다시 사과하세요



요즘 개콘의 새코너를 즐긴다.
특히 재밌게 보는 것이 '거지의 품격'이란 코너다.
이 코너의 매력은 바로 '반전'에 있다. 거지=동냥의 공식을 당당히 깨버린다.
구걸하지 않고 당당히 돈을 요구하는 허경환 거지(게다가 잘생기기까지한)가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 이라는 멘트에  여자가 오백원을 쥐어주는 장면에 웃음을 유발한다.

이 장면 이전에 먼저 등장하는 여자거지가 있다.
지나가는 행인은 그 구역에서 동냥하던 거지와 부딪히고 그길로 시비가 붙는다. 
대충 동냥돈 몇 푼으로 무마하려던 여자는 거지의 멘트에 당황한다.
'돈은 됐고 사과하세요. '
꼴같잖은 여자는 대충 미안합니다...라며 지나간다.
이 멘트도 반전이지만 거지의 다음 멘트가 기가막힌다.
'진심이 안담긴 저 사과는 뭐지? 입꼬리 올리지 말고 다시, 눈 똑바로 보고 다시, 진심을 담아 다시, 사과해.'

웃고 넘어갈수 있는 상황인데 나는 저 장면이 오래남는다.
사람들은 감정을  깊이 보려하지 않는다.
진심을 담은 사과는  어렵다.
미안함을 느끼고 상대가 상처받았음을 알고 그 마음을 받아 미안함을 실어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 코너에서 동전 몇푼을 쥐어주고 무마하듯 어떤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도 한다.
속으론 무척이나 찜찜할 것이다.

거지같은 경우긴 하지만 사과할 기회를 준 것은 현명하다.
사과를 요구하고 사과를 받자. 그리고 느낌을 말해주자.
그렇게 거지같이 살자.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