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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기록/일본

[게로] 흑백의 여운이 존재하는 온천마을 갤러리

게로온천지를 둘러보다 갤러리가 있다고 하길래 들어갔다. 
전시장 구석의 작은 방에는 취미생들의 생황공예 작품임직한 공예품을 전시해 놓았다. 
취미공동체의 작은 커뮤니티 역할도 하나보다. 전시장 지킴이는 소일하는 노년의 아주머니다.



갤러리는 고다마(木精) 라는 이름으로 우리말로는 물푸레나무를 뜻한다.
게로 출신의 판화 작가 후쿠이 마사오 (
福井正郎)의 판화를 전시한다.
이 갤러리의 공간엔 흑백만이 존재한다. 작품 톤이 흑백인데다가 게로온천지라는 특징까지 더해 차분한 분위기다. 
처음엔 흑백 사진인가 했다. 그러다 흑백의 농담이 몇겹 되지 않는것을 알아차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켜가 보인다. 선의 켜가 아닌 면의 켜. 감탄하고 만다. 이것은 목판화였다.
목판이, 아니 나무가 이토록 섬세한 결을 만들어 낼 줄은 이전엔 미처 몰랐었다.




▲ 웹서핑을 해봐도 작품이 제대로 나오는 작품은 없다. 갤러리에서 준
엽서를 올린다.


 


갤러리 한쪽에 작품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판이 10장 정도 필요하다.
나뭇가지 하나, 설산의 결, 파도의 깊이를 나무판에 흔적을 낸다.
시간의 켜를 보라. 수십장의 목판을 조각내어 파낸다. 
잉크의 켜를 보라. 한장의 종이에 목판의 결을 종이에 비벼 흔적을 낸다. 
그렇게 켜로 만들어내는 길고 지루한 집념. 시간과 정성이 드는 작업
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게다가 이 작품을 알게 된 것만큼 기쁜 사실 하나.
작품을 보는 동안 유독 여운이 남는 음악이 있었고 결국 같이간 기석씨에게 통역을 부탁해 음반명을 알아냈다.
Seven angels의 Summer Snow OST.

여행가서 수집한 음악은 늘 그때 여행의 기억을 잡아둔다.
한동안은 음원을 구해 듣게될테고, 세월이 한참 흘러 그것도 까무룩 기억이 사라질 즈음, 
어디선가 우연히 듣게 되는 날이면  잊혀진 추억이 떠오르겠지. 각인된 선물처럼.  
그 순간 물끄러미 바라보는 흐릿한 문신같은...





2012/02/23 - [여행의 로망/일본] - 센티, 여행에서 꽃힌 음악을 선물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