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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서울신포니에타 제143회 정기연주회

친구 잘 둔 덕에 크리스마스이브는 클래식 공연을 보다.
서울신포니에타 제143회 정기연주회
벌써 143회의 무대를 섰다면 그 역사도 오래됐을 터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영준이 1987년 12월에 창단한 직업 실내악단이다. 
이날 공연의 해설이 있는 무대를 만드는 지휘자로서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기량도 보여준 무대였다.


W.A.Morzart _ Overture 'The Marriage of Figaro'
A.Piazzolla _ Oblivion
G.A.Rossini _ String Sonata No.3
한경애 (특별출연) _ 타인의 계절 , 기차는 8시에 떠나네

Intermission

A.Vivaldi _ 'Four Season' (사계중 겨울) Solo : 김영준
Happy Birthday to you
J.Haydn _ Symphony No.45 (Farewell)



인상적인 장면 하나,
날이 날이니 만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로 생일 축하곡을 연주했다.
이 재치있는 오케스트라는 축하곡 딸랑 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왈츠, 헝가리 무곡 버전,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버전, 폴뉴먼식의 영화음악버전 등
편곡을 달리하여 들려주었다. 
'이대로 가다간 밤새도 끝이 안나겠어요. 이것이 바로 음악의 묘미죠.'

음악도 하나의 선율이 편곡에 따라 수만가지 변주가 가능하듯
인생을 사는 것도 다 각자의 편곡법이 있을 듯.
나는 내 삶에서 어떤 연주를 해 인생을 완성 할까.

인상적인 장면 둘.
클래식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퍼포먼스를 보고 고정관념을 깬 것.
문제의 퍼포먼스는 하이든의 심포니 45번. 작별의 마지막 악장에서 등장한다.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다가 하나둘 자리를 떠난다.
연기자들이 아닌지라 어색함이 묻어났지만,
앞자리 바이올리니스트의 어깨를 툭툭 치며 가자는 손짓을 하기도 하고,
(연기는 아니고 실제 상황 같은데) 발에 깁스를 해 걸음이 자유롭지 않은 연주자를 부축해 퇴장하기도 했다.
슬랩스틱 코믹 연극을 볼 때 들리는 웃음이 공연장을 메웠다. 

이 퍼포먼스에는 작곡가지아 지휘자였던 하이든의 일화에서 유래한다.  
당시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가의 영주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악사들에게 오랫동안 고향에 다녀올 휴가를 주지 않을 정도였다.
영주에게 선보일 교향곡을 작곡 중이었던 하이든은 경쾌하게 끝맺어야 하는 교향곡을 4악장에서 애수 띤 아다지오로 바꿨다.
마침내 이 곡이 영주 앞에서 초연되었을 때 악사들이 보인 퍼포먼스를 본 영주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휴가를 주었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직접적이지 않고 자신들의 욕구를 고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후원자.
유쾌하다. 예술이란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