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시작은. 기대감이었다.
클럽빙 좀 한다는 사람이면, 알지 않을까? 하는 희망.
일렉트로닉 음악에 환장하고, 여행가면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는 클럽에
한번씩 들려봐야 직성이 풀리는 클러버라면,
싱가폴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는 클럽 주크는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일년 전, 본부장님들과 코타키나바루, 빈탄, 싱가폴을 찍고 오는 출장을 가서
귀하게 얻은 싱가폴의 하룻밤을 높치랴. 야밤에 몰래 택시타고 주크로 출동했다.
이곳이 유럽인것인가 싶은 백인들이 월등 많은 클럽입구.
새벽 2시. 무르익은 분위기에 취해 인내심을 발휘하여 줄을 선후 동굴처럼 이어진 구불구불한 통로를
인파에 휩쓸려 정신차리고 나면, 통로 끝 마련된 방 에는 제3의 공간이 나올지니.
흡사 벌집통을 밀착취재 나온 느낌이든다.
웅성웅성한 소리를 들으며 좁고 하얀 벽들을 지나 다다른 곳은, 심장을 두근케 하는 비트강한 음악,
발끝이 안보일만한 어둠사이로 오색찬란 반짝이는 조명이 눈두덩이를 때려대며 눈이부시다.
여왕벌이 제일 큰 공간에서 로얄젤리를 먹으며 보호받듯, 조명발을 받은 DJ가 여왕벌의 몸짓으로 화려한 음악을 뿜어준다.
고 밑엔 일벌같이 작업남이 따라붙기도 하고 말야.
나에게 일벌 일일 체험과 여왕벌의 화려한 몸짓을 견학케 하고,
DJ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따라 분위기를 총천연색으로 바꿔버리는 박진감.
이게 내가 접한 클럽 주크에 대한 인상이다.
이런 클럽에서 매년 행사를 개최하는데, 그게 또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다.
센토사 해변. 그 안에 실로소 비치에서 하루밤의 댄스패스티벌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해변은 3만명 수용한댄다. 가뜩이나 센토사 섬의 리조트는 휴양지로도 유명해서
겨울 성수시의 호텔값을 올리기도 한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감정적 동요를 겪는다.
'아, 나도 가고싶다.'
▲ 요기 빗금친 부분이 실로소 비치. 모래사장에서 쓰러지고파.
이왕 가는거면 요때를 맞춰, 이 주말에 맞춰 가는거다.
관광, 쇼핑, 휴양 다 할 수 있다며 월요일 하루 휴가내라고 꼬득인 후, 파티의 현장으로 확 몰아버리는거다.
밤새 모래사장에서 광분하고 나서 동이 터오를 무렵 발목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질질 끌며
그토록 아름다운 리조트로 들어가 조식을 먹고 쓰러지는거다. 놀려면 이렇게 노는거야.
왜 뭐가 좋은데?
이왕이면 덜 뻘줌하게 친구하나 꼬드겨서,
또 이왕이면 비슷한 청춘남녀 성비도 고려하고 뭐 그렇게 가면 좋지 않겠어?
게다가 해외 표 구하고 현장에서 입장권 받아야 되는 등 시간들여가며 귀찬아질텐데, 그것도 다 해결해준다.
대신 줄서고 대신 기다릴테니 관광하시라.
나는 왜 가고싶지?
클럽...을 출입하는게 웬지 오글오글하다.
여행은 다녔을 지언정, 한번도 홍대, 강남 클럽에 발길을 못한 청춘들.
이런 사람들이 정말 클럽이란델 가면 어떻게 될까. 싶은.
나도 아직 홍대, 강남 클럽엔 발걸음도 못했다.
그런 나도, 맘맞는 트래블 메이트랑은 해외 클럽에 기웃거려본다.
소심하고 부끄러운 청춘들이여, 연말 여행을 계획했다면, 이왕이면 안해본걸 해보는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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