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가이드 북에 소개된 스팟들이 식상해질 때가 있다.
책에서만 보던 장소를 눈앞에서 확인한다는 신기함도 잠시. 어느샌가 친절한 가이드 북씨의 안내를 받으며
모범생 마냥 따박따박 찾아다니면서 깃발을 꽃는 행위에서 문득 의미를 찾고싶어질 때가...
그렇다면 가이드 북, 블로그에 소개 된 데 말고 내 맘대로 돌아다녀보는거야.
그냥 현지인들과 섞여서, 현지인처럼 어슬렁 거리기.
괜찮아. 길을 걷다 방향을 모르겠으면 택시를 타버리면 되니까 길을 잃었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어..
그게 가이드북씨와의 데이트에 지친 센티만의 도시여행 방식이렸다.
현지인같은 만만디 산책을 즐기는 방법은 먼저 편한 복장에서 시작된다.
쪼리슬리퍼에 넉넉한 반바지, 그리고 풍덩한 박스티.
여행자의 긴장감은 던저버리고 (물론 카메라 들고 두리번 거리는 나는 어김없이 여행자 삘이겠지만)
가끔 즐거운 발견도 하게된다.
후미진 뒷골목을 뒤지다가 문득 시선에 들어온 찾집 같은거 말이다. 발길 닿는대로 갔더니,
너무도 안락한 휴식을 제공해 준다거나, 테이블 한 두개 뿐인 노상테이블에서 시킨 만두가
기가막힌 맛이라던가... 그런 예기치 못한 즐거움들.
그러나, 그 공간은 아주 낫설어서는 안된다.
가이드북에서조차 언급하지 않은 곳이라면 곤란하다. 어떤 동네인지에 대한 기본 정보는 있어야겠다.
조금 알려지기는 했으되 아직 관광객의 손이 덜 탄 곳. 그런 곳 세군대를 가보자.
용캉제
용캉제는 가까운 역이 없어서 MRT 구텅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탄다.
걷고싶은 골목을 발견하는것이 목적이지 대도시 한복판의 도로를 가로지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용캉제가 적힌 한자를 택시기사에게 건네어 주면 다들 알아서 가준다.
용캉제의 첫 인상. 사치스럽지 않은. 일상속의 멋스러움. 소박함.
용캉공원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있다.
말이 공원이지 작은 블럭 한 복판에 어린이 미끄럼틀 하나 놓인 작은 놀이터 같은 곳.
더위가 가신 저녁무렵 산책나온 가족들. 떠들석한 어린 아이들,
애완견의 목줄을 잡고 슬렁이는 노인들이 평화로운 풍경을 장식한다.
옷 하나도 개인 샾으로 운영되는 듯한 곳.
개성이 넘친다기 보다는 우아한, 그리고 품위를 느끼게 만드는 디자인들.
20대 처자들 보다는 40대를 타겟으로 한
사치스럽지 않은 품위를 지향하는 아줌씨들이 주 고객일 것 같은 샵들이 많다.
주택가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들. 어떤 곳은 개인 작업실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동네 백수들의 아지트 같기도 하다.
또 어느 골목에 어떤 카페가 숨어있을까..
더군다나 이곳은 '샤오롱빠오'로 유명한 '딘타이펑' 본점이 있다.
식사시간을 훨씬 넘겼을 시간에도 유명세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다.
택시를 타고 용캉제를 외칠때도 ... 대만인 기사 말한다. 용캉제를 가는 이유가 딘타이펑에 가려는 것이냐고..
혹시 몰랐다면 꼭 가보라고 권한다.
아 또있다. 귀한 망고를 듬뿍 얹어주는 망고빙수. 빙관.
이 친구들 망고로 뭐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망고 아이스크림, 망고쥬스, 망고젤리, 망고시럽,....
뒷모습. 잘 꾸민 모습만 보여주다가 방심한 틈에 찍혀버린 맨얼굴처럼.
나에게 사진을 찍혀버린. 어느 한 골목.
그래 이런 흔적도 있어줘야지...
그래서 뒷골목의 풍경은 맨얼굴의 연애인 사진처럼 인간적인 매력적이 있다.
2009.07.09 (7N/8D) Taip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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