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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34 잠재적 교육자

대학동기 언니를 만났다. 작가로 살겠다는 결심히 확고했던 사람이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작업을 진행한다. 유학 후 한국에서 대학 강단에 서는 일반적인 절차 대신 다른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강의를 하지 않은 이유는 강사가 메인 직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었고, 자리를 얻기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성향에 맞지 않았고, 강단 인맥을 통하지 않은 채로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어했다. 

한 건축가를 만났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수상도 여러번 했을 정도로 실력있는 건축가였다. 그런데 그는 본업인 건축 설계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건축창의체험 교육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다. 건축의 완성도는 건축주가 누구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건축주의 안목에 따라 완성도 있는 건축물이 탄생할 수도 있고, 건축주의 입맛에만 맞는 건물이 세워질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는 현재의 건축주의 생각과 안목을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미래의 건축주가 될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한다. 

한 아이의 엄마가 있다. 결혼 전 훌륭한 수학 선생이었던 그녀는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무렵 주변 학부모들의 막무가내식 조기교육의 폐단을 보았다. 자신이 직접 엄마들을 모아 수학을 가르쳤다. 사교육에 맡길 것이 아니라 엄마가 이해하는 학습으로 아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동기 언니는 요즘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미술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교육을 해야할 것 같다"고.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가르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가르칠 수 있으면 진정 나자신의 지식이 되었다는 의미다. 세상을 바꾸고 나를 바꾸는 방법으로 교육만한 게 없다. 가르치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4.2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