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했다. 몇달 전에 신청했다. 준비는 매일 10분 달리기를 2달여간 주3회 가량 뛴게 전부였다. 마라톤이 있는 주는 나름 고된 일정이어서 피곤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마라톤 당일을 맞았다. 권장하는 스케줄은 대회 3시간 전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몸을 푸는 거였다. 출발 시간이 8시이니 5시에는 일어나서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인데, 일찌감치 체력 소진으로 뻗는 아는 다음날 나는 6시 반 지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후다닥 출발했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라는데, 대회의 형식에서는 타인과의 경쟁을 벗어날 수 없다. 나를 앞질러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혼자 달리던 마라톤이 그리웠다. 대회가 아닌 작은 그룹에서 마라톤을 경험한 이후로, 42.195km 풀 마라톤을 처음 1년에 4회를 했다. 그때는 경쟁도 없었고, 나와의 씨름이었다. 끝까지 절뚝거리면서 걷는 것인지 기는 것인지 정신이 혼미해지면 9시간이 지나있다. 그리고 해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최소 경쟁의 최대 행복'을 추구했던 나다. 내 앞으로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서히 질려갔다. 시간 기록을 받을수 있는 공식 대회였지만 나는 기록의 의지가 없었다. 하프를 신청했지만 길은 멀었다. 결국 10KM 반환점을 돌아왔다. 대회라는 이름이 참으로 묘하다. 어쨌든 순위를 매겨야 한다. 교통 통제시간이 다되어가니 뒤쳐지는 사람들을 차로 이동시킨다. 스스로 씨름할 기회가 차단된다. 버틸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아이러니라니.
3.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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