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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명절 휴일의 마지막날 - 자연 속의 아티스트 데이트

내 경험상 휴일이 길면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명절 마지막날 화요일은 강남의 사무실로 가기로 했다.

가서 명절기간엔 차마 쓰지 못했던 업무 메일도 보내고, 

예산 편성한 프로그램의 정산도 마치고, 

그리고 지난주 활동한 오프라인 활동중 내 몫의 기록을 해야했다.

 

연휴인지라 출근시간이면 70분은 족히 걸리는 버스가, 30여분 남짓 목적지에 도착했다.

'설마 이렇게 빨리?' 잠시 멍 때리던 사이 버스는 순식간에 종점인 양재역에서 멈췄다.

이 근처에 청계산이 있었지? 라며 나는 내친 김에 산림욕이라도 하고 가겠다는 순간적인 계획변경을 했다. 

늘 그렇듯 일탈은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과거의 일탈)




서초구청 뒤로 산들이 이어진 것을 보니 아무데로나 가도 동네 뒷산 정도는 우습게 닿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분 정도 걸었더니 바로 이정표가 나왔다. 

말죽거리 근린공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의 쌍절곤 돌리는 기억만 남았을 뿐, 실제 말죽거리 지명을 보니 생소했다.




길어봐야 1km, 높아봐야 100m. 사무실 지척에 이런 산이 있다니 축복이다.

산속 오솔길을 걷다보니, 과연 이곳이 서울인가 싶다.

사무실에서 두 정거장 거리에 이런 울창한 산이 있다니, 땡잡은 기분도 난다.

걷다가 맘에 드는 벤치에 앉아 바람소리를 듣고 추석 끝물의 여물지 못한 매미의 울음도 듣는다. 

도토리 줍던 노인들도 보이고, 산책나온 노부부도 자주 지나갔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몸이 만성적으로 피로하거나, 마음이 우울할 때 모두 몸을 움직이라고 한다.

내가 읽었던 자기계발서, 심리학 책에서 모두 이렇게 말한다. 


머리만 돌리지 말고 걸으면서 몸과 함께 움직임으로 생각의 물꼬를 쉽게 틀수도 있다. 

몸이 피로한것은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기에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운동으로 피로를 극복해야한다. 

육체를 정량껏 사용하면 긍정 에너지가 생긴다. 마음이 우울할 여력이 없다.


마지막 휴일, 나는 우연한 실수로 산을 찾게 되었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보내려던 낮시간 대신 

의도하지 않게 산책을 하며 몸을 썼고, 걸으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시간 반의 산책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다름이 아니다. 






오늘 나의 음악은 넬의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