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차를 덥석 빌려주어, 제주에서 오롯이 홀로 이틀을 보낼수 있게 되었다.
예약해둔 타시텔레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도저히 캐리어를 끌 수 없어 포기했다가
차가 생기는 바람에 하루 숙박하기로 했다.
오늘의 일과는 첫 제주의 추억을 회상하며 드라이빙 하기.
5년 전 제주도에 글쓰기 캠프를 기획해서 처음 제주땅을 밟았던 기억.
내 인생의 책쓰기 캠프 컨셉으로 섭지코지라는 제주의 땅 끝 마을에서
명상하고 걷고 글쓰고 글코칭 받다보면 책의 컨셉이 나오는 기획이었다.
운전을 하며 이동하다보니 짧은 거리에도 날씨가 제각각이다.
출발할 때는 안개가 가득이더니 비올듯 흐리다가도 잠깐씩 해가 쨍하다.
한참을 달리다가 해안도로를 만났는데 마침 햇살이 눈이 부셨고,
친구의 차에 탑재된 CD 13번 음악이 마음을 울렸다.
우연히 매칭되기도 어려운, 그 순간.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깝던 하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녀를 불렀으나,
그녀는 이별을 통보했다는.
그렇고 그런 가사인데 아름다워 설레던 정서에 반하는 아이러니한 노랫말.
그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만큼은 그 노래가 말하는 햇살을 내가 받고 있었으니.
김영갑 갤러리. 방문.
입구의 팻말이
구불구불한 도로를 한참 달려서야 가시리의 타시텔레가 나타났다.
입구의 개가 눈뜨기도 귀찮다는 듯 널부러져 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된 식사를 못했다.
만월 파티라고 10,000원을 내고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한다.
허기도 채우고, 부족한 카페인 보충도 할 겸 해서 동네 카페를 찾았다.
'커피는 가려진 내 안의 맑은 영혼을 영접해내는 힘이 있다. 참으로 고마운 위로다.'
외벽에 쓴 글귀가 맘에 든다.
책보고 휴가중이지만 빠지면 안 되는 몇 가지 업무 체크하고나니 저녁시간이다.
제대로 된 밥을 먹기. 풍요로운 저녁이다.
식사하고 여행자들과 한담을 나눈 후, 들어와 잤다.
이집 개들은 주로 널부러저 있다.
혼자서 가고싶은 길을 맘껏 달리고,
중간에 맛좋은 한라봉 사서 지인들에게 택배를 보내고,
관광지를 피해서 또 달리고....
이렇게 힐링하는 제주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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