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책리뷰

'자기다움' (권민) 나의 브랜드, 자기다움은 무엇인가?

코치 박현진 2014. 3. 23. 01:28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브랜드를 생각하게 된것은 2008년이었다.

상장해서 승승장구했던 회사를 다니며 언제 사주를 팔아 한밑천 잡을 것인가를 호시탐탐 노렸었다.

그러던 중 신문을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를 접했고 '리먼 브라더스'라는 단어를 봤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는 며칠 후 바로 내가 매일같이 들어야 했던 나와 가장 밀접한 단어가 되었다.

하필이면 합병한 회사가 리먼브라더스에 투자를 했던, 더럽게도 운이 없는 케이스였다.

상장이 폐지되고 회사는 존립의 위기를 겪었다.


더 이상 회사는 내게 따박따박 월급을 가져다 주지 않았다. 

절반의 인원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감축되었다.

더 이상 회사가 월급을 보장할 수 없다고 공표했을때 남기로 한 사람들은 남았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연봉 1원이라는 초유의 코미디같은 상황에서 연봉책정 서류에 싸인을 했다. 

몇달 월급 안나온다고 당장 굶어죽지는 않으니까. 
월급을 안주는 회사는 의미가 없나?
월급을 주는 회사로 바로 옮기는게 당장 해야 할 일인가?
그렇다면 어느 회사로? 어느부서로?
이때부터 회사가 없을 때 나의 존재는 어떤 것인가를 물었다.

이 의문도 이때가 아니면 더는 물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나'를 찾아내는게 더 중요했다. 
회사가 없을 때 나는 무엇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월급으로 바꿀지 못할 나만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그때부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찾아다녔다.

이 시기는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로 정하고 그동안 관심가던 분야를 찾아 공부했다.

어차피 당장 처리해야할 일은 없이 소강상태였고, 이참에 회사의 시스템을 뜯어고쳐보자 싶었다.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싶은만큼 함께 해봐도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디자인 실무를 겪어온 디자이너 출신의 기획자의 입장에서 

디자이너들이 가장 반복적으로 하는 노동업무를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회사가 내일 망할지도 모르는데 시스템을 건드리는거냐며 눈총도 있었지만 어차피 다들 손이 남지 않는가. 

개발자를 설득하고 디자이너들에게 필요성을 강조하며 하나씩 만들어갔고 유용하게 쓰였다.

지금도 퇴사한 회사의 핵심 시스템으로 남아있다. 


깨달았다. 나는 의미를 찾고, 편리한 시스템을 생각해내어 구현하고, 

나머지 시간엔 각자 창의적인 일을 생산하도록 하는걸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그 이후로 회사의 명함없이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야할지를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걸. 

그러므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의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리먼브라더스'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아니었으면 지금 내가 내가 아닐 수도 있다. 


기업의 브랜드를 창조하는 기획일을 하는 저자는 월급으로 자신의 가치를 비교하지 않는다. 

아마 그때가 바로 월급에서 자유롭게 내 일에서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를 얻어낸 때였을 것이다.

그리고 연봉 1원에서 한없이 자유로와졌다. 




자기다움
국내도서
저자 : 권민
출판 : 모라비안유니타스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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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한 줄 보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는 자신이 어떻게 죽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35

먹고 살아야만 하기에 하는 일을 어떻게 나를 깎는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 - 44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자기다움이 아니라는 것만 분명히 말하겠다. -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