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일상, 그녀가 도망갔다 운명이었다. 수천 마일을 비행한 후 그를 만났다. 빳빳하게 다려입은 셔츠가 땀에 젖어 흐느적거린다. 얼굴 가득 세로 주름을 만들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약간의 알코올이 그를 기분좋게 했다. 동이 밝아올 때쯤, 내 손등에 키스를 얹는 금발머리 남자는 나에게 속삭인다. 어느 정도 예감한 나는 그만 반해버린다. 순간 내 인생의 어느 부분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여기는 바르셀로나. 일상이 지루해 죽겠을 무렵 나를 구원해줄 비행기 티켓을 쥐고 날아왔다. 도시 자체가 예술이라는 가우디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어떤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늘 계획을 세워야 했으니까 이곳에서만큼은 그런 것쯤 가뿐히 무시한다. 설혹 길을 잃으면 택시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