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0 산 후안 드 오르테가-부르고스 : 26km 오늘 날씨는 어제보단 조금 나았다. 3킬로도 안 되는 길을 가뿐하게 주파. 이곳에 하나 있던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다. 어제의 알베르게에서 묵기를 잘한 일이다. 카미노에는 정보 공유가 쉽다. 다들 머무르는 곳이 비슷하기에. 아파르는 작은 마을이고 브루고스까지 21킬로가 남았다. 숲길 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딸깍 발을 디디는데 엄청 커다란 개가 묶여있지도 않은 채로 앉아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의례히 컹컹 짖어댈 거란 나의 조바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에겐 아무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봤고, 울타리 안에 있던 수십 마리의 양떼는 떼거지로 경계망 사이로 다가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개는 양때에게만 관심이 있는 양치기 개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