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산정호수에 마실가듯 놀러가서 억새나 보고 오자는 스님의 제안에 다홍색 재킷에 하늘하늘 스카프를 맸다. 호수가를 걷는줄 알았는데 억새는 산정호수 옆 명성산에 있다고 해서 졸지에 산을 오르게 되었다. 한참을 가도 억새 한 줄기 안보이는 와중에 나의 하늘한 스카프가 축축히 땀에 젖어간다.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얼마를 올라가면 억새를 볼 수 있냐는 물음에 20분만 가면 된다는 소리만 두 시간째 듣고 산 정상에 도착해 만난 억새군락. 반나절 예상했던 마실이 하루종일 투자하는 등산이 되었지만 불타는 단풍과 솜사탕처럼 피어난 억새꽃 덕분에 힐링한 날. 덧. 늪지, 즉 평지에서 피는 것은 갈대. 산 에서 볼수 있는 것은 억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