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획&기록/동남아

[타이베이] 광활한 대지 위에 청동 한 조각 - 대만 주밍미술관




미술관 하면 국립시설로 국가가 운영하는 문화시설이 대부분인데 주밍미술관은 개인이 설립한 시설로는 최대 규모다.  미술관까지 가는데 직행버스가 없고 진산까지 도착해서도 셔틀버스가 없으면 따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는 이동의 불편함으로 자유여행자들이 선택하기엔 까다로운 곳이다. 하지만 한번쯤 방문해서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추천대상
- 여행을 Refresh 라는 평소 생각으로 여행지 문화와 예술을 접하길 좋아하는 자
- 한 때 조각가 지망생, 현재 작가 지망생
- 천재 작가 1인이 만들어낸 예술적 스케일에 감동하고 싶은 자 

비추천 대상
- easy card 하나면 대만 교통은 모두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고 왕복 택시비 400元 이 못내 아까운 자.
- 입장료가 250元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자.
- 야외미술관이므로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시 쓰러지는 저질체력을 가진 자





주밍은 누구?

주밍은 1938년 태어났다. 본명은 주촨타이(朱川泰).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 하던 대만 어느 벽촌 집안의 11남매 중 막내였다.  어머니가 돗자리를 짜서 열세 식구 끼니를 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건강이 나빠 노동 능력이 없었다. 그런 아버지는 국민소학(초등학교)만 겨우 마치고 품팔이 하던 막내를 마을 사당 고치러 온 목각 기술자에게 떠맡겼다. 입 하나를 덜기 위해서. 그가 열다섯 살 때인 53년이었다.

자기 뜻과 아무 상관없이 목각도를 쥐게 된 어린 주밍은 아버지도 스승도 예상치 못했던 손재주를 보여 20대 초반에 이미 기술자로 성공을 거뒀고, 목공예 회사도 차렸다. 가난하고 못 배운 시골 소년에겐 여기까지만 해도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그는 30세 때 목각 연장을 놓고, 기술이 아닌 예술이 하고 싶어서, 유명한 조각가이자 대만대학 미대 교수였던 양잉펑(楊英風)을 찾아갔다.

양잉펑에게 8년간 배우고 76년 연 데뷔전 단 한 번으로 그의 몸안 어딘가에 숨어 있던 천재성은 폭발했다.
이듬해부터 도쿄, 홍콩, 뉴욕, 싱가포르, 런던, 파리, 브뤼셀 등지에서 작품전이 이어졌다.

주밍미술관은 87년 그가 처음 미술관을 세우겠다고 마음먹은지 12년 만인 99년 9월에야 완공돼 문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작품을 한 점씩 팔 때마다 땅을 조금씩 사들이고 공사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마유쥐안(馬幼娟) 주밍미술관 홍보담당은 “조금만 손을 벌리면 미술관 건립을 협찬하겠다는 대기업이 수도 없었겠지만 주 선생은 자기 힘으로 미술관을 짓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From 조선닷컴 / 이동혁



안에 있는 그대, 누구십니까?  둔중한 덩어리감 속에 있는 섬세한 표현



통나무 하나 가져다가 모서리만 턱턱 다듬어 낸 듯한 조형물들. 비례도 무시하고 오로지 하나의 덩어리만 남은 형식. 그런데 희안하리만치 그들의 표정이 읽히는 거다. 그 무엇보다도 사실적으로.  통나무라고 생각했던 것의 물성이 강철이고, 콘크리트고, 바위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시각은 다시금 환기된다.

미켈란젤로가 그랬던가. 대리석 속에 같힌 형상을 찾아 정과 끌로 형상을 끄집어 내었노라고. 형체는 이미 돌 안에 있었다고. 대리석을 섬세하게 다듬은 사실적인 형상은 아니지만 이들 청동 인간들 또한 리얼리즘이 아니라고 할 순 없었다.  단순한 선 속에 그들 개체 하나하나의 행동과 생각이 다 보였으니까.








콘크리트라는 물성으로 도저히 풀릴 수 없는 유연한 긴장감이다. 슬라이딩~




나는 더웠다. 습도도 높았고 태양은 뜨거웠다. 
벤치에 앉아 쉬는 내 모습과  조각작품들의 모습이 닮아서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공중에 매달린 체조선수의 벽에 비스듬이 기대어 선 남자.  일순간 팽팽하게 날 선 긴장감과  한숨 흐트러진 이완. 이 두 작품의 느낌이 대조적이어서 나란히 세워봤다.





제 2갤러리에서 본 작품들.  실내에 설치된 작품재료는 나무다.  때로는 과감한 생략이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거친 나무 표면에 역시 거칠게지만 두루뭉실한 형태와 핑크빚 색감이 살가움을 더한다. 마음만으로도 통하는 자매 사이 같다. 






어린이 아트 센터.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미술학습시설이 마련되있다.  작은 작업실에는 아이들이 모여 꼬물꼬물 집중하여 작품을 만들고 물감을 칠하고 있었다.  작업실이자 작품 전시관 같다.  야외에서  발을 디뎌 실컷 뒹구르고 활개를 편 아이들은 어쩌면 작품하나 뚝딱 해치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화사한 날씨에 조각들을 보는 가운데, 문든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었다. 멀리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건물들이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이 판자집 같기도 하고  산 중턱의 미술관은 그렇다 쳐도 산 꼭대기의 집들은 무엇인가.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 같지는 않았지만 자꾸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  눈부시게 청량한 하늘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밝은 곳에 사람이 머물 것 같지 않은 하얀 집들이 한결같이 지상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슬픈 감정이 들었다.
나중에 이곳 저곳 자료를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곳이 공원묘지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에게 ‘첨밀밀’ 로 잘 알려진 대만 가수 덩리쥔(鄧麗君·등려군)이 잠들어 있다는 것도.




찾아가는 길



국광 버스 터미널에서 찾아가기가 제일 수월하다. 국광버스터미널 찾아가기
타이베이 중앙역 or 딴수이 MRT역 앞에서 진산행 버스를 탄다.
진산 면사무소(Jinshan Township Office)에서 내려 택시 또는 박물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는 easy card 로 탑승이 가능하다.
셔틀 버스시간과 맞지 않을 경우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는  미터요금을 받지 않고 200元을 받는다. 주밍미술관에서는 시내로 나오는 손님을 태울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미술관 안내센터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면 서비스해준다. 미술관에서 직접 불렀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별다른 흥정은 필요하지 않다.
 




2009.07.09 (7N/8D) Taipei
ⓒ copyright by senti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