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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책리뷰

책을 팔았다

옷가지랑 책, 여기서 짐이 조금 더 늘면
발뻗고 누울 자리가 위협받는 코딱지만한 방이라,
방바닥에 가로로 눞혀 쌓인 책들을 처치해야할 상황이 왔다.

아는 사람에게 기증하기엔 웬지 내가 읽는 책들을 알리고 싶지 않고
그냥 버리기엔 또 찜찜한 가운데 대량의 책을 처리하기 아주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
바로 중고시장에 팔아버리는 것.
책을 '버렸다'는 죄책감도 없을 뿐아니라 나도 푼돈이 생기고
이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되면 좋은 방식.
 
십년 넘게 이용한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중고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 
팔려고 하는 책 제목이나 ISBN 코드로 검색 등록이 되고
상태에 따라 가격 등급이 정해진다. 
참고서나, 만화, 간혹 소설은 거래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한번 팔 수 있는 양은 20권, 1박스다.
알라딘 지정 택배사를 이용하면 1500원이다.
신청하고 박스포장해두면 며칠 내로 택배기사가 수거하러 온다.
총 두박스 맞추느라 40권 팔기로 했다.
40권 순수 구매비용은 56만원 정도 들었는데 중고가 매입으론 10만원 정도 나온다.
책을 판 돈은 알라딘의 나의 계정에 예치금 형태로 등록되며, 
환급을 신청하여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책을 정리하면서 책을 버리느냐 버리지 않느냐의 기준은 
다 읽었느냐 읽지 않았느냐, 두고 읽을 만한 소장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일텐데
내 책장에 남겨진 책들을 보니, 유명하고, 고전이고, 두껍고, 하드커버인경우가 높고, 이론적이며,
책꽃이에 꽃혔을 때 쫌 폼나는 것들이다.
그리고 내가 저것들을 제대로 못 읽었음을 증명하기도 하고.

가벼운 것들은 소비되고 순환되고 널리 퍼져 대중화되고, 
무거운 애들은 집구석에서 조용히 꾸준히 곁에 있다가 사라지거나 어느날 간택되거나 하겠지.
다른 가벼운 것들이 다시 방바닥에 쌓이기 전에 저것들부터 처리 해야겠다.
오늘 남은 책들도 속편하게 내 손을 떠나는 날이 언젠간 오겠지.




2011/09/14 - [안빈락도] - 폐지도 돈이 된다 _ 알라딘 중고샵 첫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