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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어떤 신년인사



1월 1일 아침에 전화가 울린다.  [화니]다.
수화기 넘어 '언니, 새해복 많이 받아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에 새날에 대한 설레임이 묻었다.

대뜸 자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3개를 말해달란다.
이런 거 할 때마다 쑥쓰럽지만 새 해니까 봐준다.
부산여자, 속살여행가, 귀여워.라고 답했다.

좋은 이야기를 해줬으니 나에게도 3가지를 꼽아주겠다고 한다.
오, 이건 예상치 못한 선물인데?
B급 취향,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 계획적임을 꼽는다.

B급 취향을 꼽은 이유는 그 B급 특유의 독특한 생각이 나오는것 같으니 꼭 그 취향을 유지하란다.
나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지키는 편이 아니다.
즉흥이 반이요 딴생각하다 삼천포로 빠지는게 자랑이다. 그런데 계획적이라니.
그건 아마도 아주 오래전 아주 넓은 범위로 두루뭉실하게 말하고 
그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말 나온김에 3개 단어로 하나의 문장 엮어 덕담해준다.
귀여움으로 무장한 부산여자로서 부산의 속살을 샅샅히 파헤쳐줘.

늘 그렇듯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엄청 긴장하기 마련.
이야기 하는 사람은 평소에 상대를 관찰한 것을 집어내야 하며, 꽤 근접할수록 애정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또 이야기 듣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비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한 사람은 본인에게 또,한 사람은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최고의 집중도를 찍는다. 
낫설고, 긴장되고, 오글거리고, 재밌다.

새해 첫날 즉흥 덕담을 빙자해 각자 자기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새로운 인사법을 알려준 부산의 속살여행가 [화니]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