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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26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나는 평범한 인간 속에 살고 있는 위대함에 열광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위대함을 끄집어내어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 평범한 사람들의 잠재력에 몰두한다. 나는 평범하고 초라한 사람들이 어느 날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고 싶다. 그들이 꽃으로 피어날 때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이것이 내 직업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다."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 선생이 2002년 부터 2012년 까지 남긴 604편의  칼럼 60편을 선발해 엮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폈다. 첫 페이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 나는 빨려가듯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 구본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몇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나는 울었다. 갑자기 일면식이 없던 그가 그리웠다.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 살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져서다. 

 

나는 그를 본 적이 없다. 그의 강연을 들은 적도 없다. 심지어 그의 책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다만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계발하도록 도왔는지를 알고는 있었다. 

 

EBS고전읽기 팟캐스트를 구본형 선생이 진행하는걸을 발견하고는 팬이되었다.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고전의 의미를 되짚어 주는 목소리에는 인류애가, 따듯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오래오래 그 방송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날부터 개인 사정으로 몇 회씩 방송에서 빠지는 경우가 생겼다. 그리고 얼마후 sns를 통해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투병중에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유명 연예인의 죽음도 아니니 그의 타계 소식은 나와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소셜 그룹을 통해 전달되었다.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있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하고는 나도 모르게 탄식의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평화롭게 있던 가족들은 이유를 물었고 나는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셨어' 라고 했다. 가까운 사람과 안타까운 슬픔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를 모르는 가족은 공감할 수 없었다. 공감하지 못하는 슬픔은 또 얼마나 답답한가. 

 

슬픔을 줄이는 방법은 애도를 하는 거라도 한다. 같은 공감대를 가진 가까운 사람이면 좋았겠지만 가까운 가족과는 자체가 불가능 했기에 나는 sns로 애도를 나눠야했다. 구본형 선생을 아는, 나처럼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할, 성향이 비슷한 느슨한 온라인 상의 관계들에게서 애도와 위로를 받았다. 

 



5.9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