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일기

덮어놓고 화내지 말란말이야

코치 박현진 2020. 10. 31. 23:37

평일 아침이었다. 출근하니 짜증스러운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옆동 남자였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오늘도 역시나네요. 제발 주소 좀 잘 적어주세요."

이번에는 우체국 등기였다. 출입문을 잘 못 찾은 집배원이 옆 동 사무실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나도 한창 집중할 때 방해받는 일이 불편하기에 문자에 묻어난 짜증을 이해한다. 한편 억울했다. 수령지에 분명히 1동이라고 명시했지만, 야속하게도 2동의 같은 호수로 택배와 우편물이 가곤 한다. 출입문이 헛갈리게 생긴것도 문제지만 택배 기사의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함의 잘못도 크다.


기분 좋게 출근해서 아침부터 짜증섞인 문자를 받으니 유쾌하지 않다. '아이씨~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나도 분노의 문자 한번 날리고 불편한 이웃이 되어봐?' 싶었으나 올매나 짜증났으면 그랬으랴 싶은 마음을 헤아려 보기로 한다.

"집중에 방해가 되셨다니 죄송합니다. 1동으로 명시해 두었는데, 오늘 같은 집배원 방문은 저도 당혹스럽네요. ㅠㅠ 어떤 방법을 써야 이런 상황이 더 발생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보냈더니 잠시 후 사과 문자가 온다. 몇 번 예상치 않게 방해를 받다보니 화가나서 무례했다는 사과 문자였다. 짜증담긴 문자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여유를 둔 문자 덕에 불편한 이웃이 될 뻔한 옆동 남자의 사과를 받았다. 

그러고 거짓말처럼 한 달에 한 두 번은 옆동 남자의 택배가 내 사무실 문 앞에 놓인다. 잘못 배달된 택배를 문자로 알려주면 미안해 하며 찾으러 온다. 주소 제대로 적었는데 엉뚱한 곳으로 배송완료 되어 있으니 본인도 민망하겠지. 그러게 앞뒤 없이 덮어놓고 화를 낼게 아니라니까. 내가 불편한 이웃이 되기를 선택했다면 당신, 이 택배 못받았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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