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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닭발 트라우마 나는 닭발을 못먹는다. 까탈스러운 취향 때문은 아니다. 어릴적 받은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이유인듯 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동시장이었나... 조모(祖母)는 멀리 장보러 시장을 가자고 했다. 봄날, 나들이하듯 나는 조모의 손을 잡고 나풀거렸다. 부친의 디스크병에 특효가 될 '지네'를 파는 곳은 거기라고 했다. 꽃무니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에 나선 발걸음따라 온갖 과일과 나물들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렸다. 눈이 쉴세라 그 곳을 다 지나자 음침한 구역이 나왔다. 리어카에 가득 쌓인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통째로 그을려 혀를 빼물고 이를 드러낸 개들 수십마리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한 구역에는 생선 대가리와 내장이 내 키높이만큼 쌓였다. 퀘퀘한 시멘트 표면과 항상 축축한 상태로 .. 더보기
마음수행학교_나는 완전한 존재임을 의식해라 어제는 다분히 당황한 시간이었다. 명상수행이 끝나고 미산스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진심을 다해 여러분에게 삼배를 올리겠습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맞절로 답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온전한 존재입니다. 충분히 절을 받을만하다 생각하세요.' 그렇게 60여명의 사람들은 큰스님의 절을 받았다. 다음에는 조별로 모여 한 사람씩 돌아가며 절을 하고, 받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가뜩이나 절을 잘 하지도 못하는데다 치렁치렁한 치마를 입은터라 일어날 때마다 발에 감기는 치맛자락이 못내 거추장 스러웠다. 삼배를 여덟번을 했다. 등에 땀이 찼다. '당신은 온전한 존재입니다'를 되내이며 절을 하고, '나는 온전한 존재이다'라는 생각으로 절을 받았다. 절이란 것이 나를 낮출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고개를 숙인 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