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운전이다.

4월 5일 아침. 더 이상의 운전에 두려움을 느끼고 싶지 않아 차를 끌고 과감히 나왔다. 

초보운전자들이 하는 우여곡절을 겪어냈다. 

지금은 매일같이 더 나은 운전을 하고 있다.  


운동이다.

시작한 뒤로 꾸준히 하고 있다. 

어떤 한계점을 목표하고 넘는 목표지향적이지는 않다. 

운동의 강도와 횟수와 그때의 몸상태를 기록해두었다. 

몇달 후 내가 하는 운동강도를 비교해보면 작게라도 성장했다는게 증명이 된다. 


코칭을 배웠다.

2일간 18시간을 투자했다. 

상대의 경청과 공감 그리고 성장 시키는 질문. 

타인의 성장을 돕고 나도 성장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은 나. 

코칭이야말로 나의 인격을 성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세가지로 나는 생기있는 삶을 사는 중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 

어제보다 좀더 깊게 느낄수 있게 된 것, 

어제보다 더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된 것.

그저 감사한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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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 기획자 박현진 칼럼]
구글맵으로 여행기획하는 여자

남의 이야기만 하면서 정작 자기의 이야기를 하지 집어내지 못하는 사람들
. 본인이 가진 콘텐츠를 발굴해 책으로 엮을 소재를 발굴하는 탐험캠프가 있으면 어떨까? 제주도가 적합할것 같은데. 존경하는 글쓰기   코치로부터 이런 여행을 기획하지 않겠느냐고 제안받았을, 나는 제주도를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하고 싶었다.

자신의 책이 될만한 이야기를 발굴하겠다는 고객층이 두꺼울 리도 없었다
. 시간 여유가 충분하지 않기도 했거니와 이 기획 하나를 위해 현장 답사를 갈 수 없었다. 제주에 관한 정보라고는 한라봉과 한라산이 전부인 채로 우선 기획부터 들어갔다. 주제는 ‘책이 되는 내 이야기 탐험캠프’. 컨셉은 내 이야기는 한 줄도 안 쓰면서 남의 이야기에 빠져 산 당신 인생의 작가는 바로 당신. 당신의 이야기를 발굴하라. 장소는 제주도. 답사 대신 나는 구글 지도를 불러들였다. 내가 그 장소에 가보진 못하더라도 컨셉만 있다면 동선을 짜고 지리를 파악하는 데는 문제없었다 

이 여행기획의 핵심은 자신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캠프라는데 있다
. 장소보다는 내용이 중요했다. 이 컨셉을 어떻게 여행에 잘 녹여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차라리 안 가본 곳이라 상상에 제한은 없었다.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데 시간 대부분을 쏟을 테니 장소선정이 핵심이었다
. 육로가 없는 곳 제주. 그중에서도 제주의 땅끝인 섭지코지에 있는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2박의 여정을 풀기로 했다. 휘닉스 아일랜드는 이미 부지 내에 안도 다다오 명상센터가 있고 제주올레 길이 지나는 곳이기도 했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걷기와 명상만큼 적절한 것이 있는가. 게다가 땅끝이라는 장소의 절박함까지 더해지니 최적의 장소였다.

일정도 단순하다
. 제주의 주요 관광시설은 애초 이 여행의 목적이 아니다. 술과 여흥이 있는 식사도 없다. 단지 걷고, 요기하고, 생각하고, 이야기나누고, 코칭을 받는 것이 깨어있는 시간에 할 일이다. 컨셉을 명확히 하니 기획자로서 할 일이 분명해졌다. 섭지코지, 올레길, 김영갑 갤러리, 세 포인트만 잡았다 

첫날은
쓰고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땅끝마을 섭지코지에서 명상센터와 주변 산책을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둘째날은 올레길을 걷는다. 중간중간 코치와 깊은 대담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굴한다. 올레길의 끝무렵 김영갑 갤러리에 들러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진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절박함을 느낀다.

과연 진행될까
? 반신반의였다. 이런 시도에 돌아올 피드백이 궁금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관광지로서 알던 제주가 자신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관광이 목적이었다면 이런방식으로 여행기획한다는 것은 무모한일이었을 것이다. 종종 새로운 여행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는 구글맵을 켠다. 거기서 알지못하는 세계를, 지도 위에서 마음껏 상상하곤한다. 모르기 때문에 상상력이 제약받지 않아 더 재미있다.



글, 사진 박현진 (www.sentipark.com)







이 글은 김경호의 VIVID BNT News International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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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문화기획자 박현진 컬럼]
점심식사와 바꾼 골목여행


철들고부터 나의 주거환경은 늘 아파트였다. 열살 무렵까지는 일반주택 2층을 넘기지 않았다. 첫 아파트에 대한 기억은 공포였다. 열 살 무렵이었는데 길고 빽빽한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에 서 있었다. 목이 부러지도록 고개를 젖혔더니 하얀 건물이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아찔한 높이에 적잖이 당황했던것 같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높은 층 어느 한칸에서 내가 살게 될 거란 점이었다. 게다가 17단지까지 구획된 공간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건물 전면에 표시된 숫자가 아니었던들 단지 구분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성인이 되어 내가 살 곳은 내가 선택할 수 있을 즈음 나는 아파트를 피해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는 아파트에는 없는 환경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골목’이다. 그때부터 틈나면 골목을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 뒤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랜드마크이다 보니 이 주변에서는 어디로 보나 남산타워가 보인다. 너무했다. 서울의 상징 남산타워를 그렇게 무시했다니.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지금까지 살았음에도  서울촌사람인 나는 용산구에 무슨 동네가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용산구에 사는 내 편의를 봐준다며 정한 약속장소가 후암동이었고  그 동네의 존재조차 몰랐던 나는 그렇게 '후암동'에 갔다. 마을버스를 타고 끝도 없이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면 거기에 남산타워가 내려다보고 있다. 해가 지고 발아래로 야경이 펼쳐지니 끝내주게 멋있었다. 이런 길을 모르고 지하로만 이동했던 무심함이 아쉬웠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남다를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한 시간은 '밥'의 집착에서 벗어나 후암동 런치타임투어를 떠나자. ‘런치타임투어’ 프로젝트 이름만 거창하지 별거 없다. 내가 사는 길 뒤로 보이는 길을 그냥 선택해서 골목골목 걸어보는 거다. 원칙은 간단하게 정했다. 길은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갈 것. 지도는 보지 말 것. 목적지를 정하지 말 것.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말 것. 택시 타면 되니까.


예상대로 후암동의 뒷골목은 새로운 길이었다. 가을 낙엽을 긁어 태울만한 마당이 딸린 저택도 있었고 시멘트로 대충 발린 채로 문과 창문만으로 겨우 집이라는 것을 인식하게끔 하는 집도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한 통로도 있었고, 아슬아슬한 보폭의 계단도 있었다. 학교, 병원, 연구소, 목욕탕…. 거리마다 동네의 다양한 모습이 보였다. 삼십여 분 발길 가는 데로 다녔을까, 한참을 올라간 느낌이 들 때 나는 드디어 길을 잃었다. 남산타워는 조금 더 가까워졌고 코앞에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계단이 있었고 (나중에 찾아보니 이름 하여 후암동 108계단이라고 한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배경이 되기도 했나 보다.) 계단을 다 오르고 또 언덕을 넘고 나니 더는 올라갈 데가 없었다. 점심시간 10분을 앞두고 물었다. '여기가 어디에요?' '해방촌 오거린데요.' 순간 정신이 몽롱해진다. 21세기 한복판에 해방, 촌 이라는 어색한 울림. 나는 어찌 어찌하여 해방촌에 와 있는 거다. 해방촌이 지척에 있었던 거구나. 서둘러 택시를 탔다. 50분의 산책이 무색하게 택시는 오 분 만에 평지로 내려왔다.


점심, 낯선 여행을 떠나보라. 나처럼 새로운 공간을 파악한다면 좋겠지만, 익숙한 거리라도 다른 길로 걸어보라. 골목 안 일상적인 풍경은 이 시간만큼은 여행지가 된다. 이렇게 헤매다가 마약을 풀어 만들었다는 마약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맛보거나 우연하게 드라마 촬영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일상탈출의 거대한 결심도 아니고 소박하게 점심 한 끼와 바꿨을 뿐이다. 늘 먹던 밥과 교환한 것치곤 꽤 신선한 경험 아닌가.


글, 사진 박현진 (www.sentipark.com)









 
이글은 김경호의 VIVID BNT News International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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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의 귀촌여행 비비정 프리덤
@ 전북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 마을
2012.06.23 ~ 06.24 


여름 햇살이 뜨거울 때 유기농 귀촌 여행을 떠났다. 
모기에 종아리를 뜯기느라 한동안 고생했지만, 꽤 낭만적인 귀촌 체험이었다.
우연히 한 청년을 알게 됐고(방년 25세 꽃띠 청년) 그와 뜻이 통하는 청년들이 귀촌해서
저들끼리 술도 빚고 마을 사람들과 창작활동도 하고 산다고 했다.

다들 서울로 서울로 하는 마당에 이런 기특한 일이 있나. 
얼른 그 마을도 탐방해보고 나를 비롯해 내 주변의 공해에 찌든 이들에게
도시탈출의 기회를 선물하고자 귀촌체험
여행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실 가듯 이 마을에서 지내다 가고 싶다'가 이 콘셉트었다.



비비정 마을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후정리에 있는 마을이다. 전주8경중 하나라는 정자 비비정이 마을 이름이 되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 신문화공간조성사업으로 선정된 마을이기도 하다.
음식교육을 통해 할매레스토랑 창업, 전통 가양주 기법을 담은 작은 양조장 창업,
마을 공동체 농산물 수확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한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려 터벅터벅 걸었다. 곧 마을 사무실이 보이고, 듬성듬성 텃밭이 나타난다.

농사로 마을을 유지하지 않는 마을이라 흔히 생각하는 농촌풍경은 펼쳐지지 않는다.


 


고기반찬이 없어서 어째? 라는 부녀회장님의 염려가 무색하게 우리는 밥을 두 공기씩 비워낸다. 
고기반찬 없어도 이토록 맛깔나는 것을.
밭에서 바로 수확해 만든 나물들. 특히 파릇한 상추잎에 싸먹는 재미에 푹 들린다.
게다가 회장님 표 쌈장은 어찌나 중독성이 강한지.



 
  
 


점심을 먹고 마을 이곳저곳을 산책한다. 조그만 마을에 구석구석 손이 가 따뜻한 마을의 느낌을 준다. 
작은 벽화부터 마을 주민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벽화가 인상적이다.


 


마을의 뒤곁 이 마을의 이름이 된 비비정이 바로 이 정자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마침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정자 그늘에 더위를 잠시 피한 마을 어르신들도 만났다.
삼례천을 가로지르는 철도 지금은 폐기되어 쓰이지 않고 있다.


 


고새 정이 들었달까. 마을 여기저기 둘러보는 가운데 살짝 사라진 꽃띠 청년은 두 손에 무언가를 쥐고 돌아왔다.
이장님 댁 울타리에서 산딸기를 채취해 전해주었다. 앗 그런데 옷이 예사롭지 않다.
일할 때는 세상에서 몸빼가 가장 편하다는 스키니한 몸매의 소유자인 이 청년 덕에 몸빼의 재발견을 했다.
서울로 돌아온 여인들이 몸빼를 하나씩 샀다는 후문이 전한다.



전통 가양주 만들기

 
 


집에서 담그는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 집집이 담그는 장맛이 달랐듯 술맛도 달랐다.
일제 강점기 금주령이 내리면서 가양주 제조법이 많이 손실되었다.
현대에 와서 전통주 주조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쌀, 누룩, 물로만 만들어진다.
술을 담그는 과정은 꽤 단순하다. 불린 쌀을 씻어 찌고 식힌 후 누룩을 잘게 부숴 물을 넣어 치댄다. 
그리고 항아리에 담고 숙성시킨다. 그러나 이 단순함에는 엄청난 노동이 숨어있다.

우선 쌀을 씻어내는 과정이 만만찮다. 멥쌀을 쌀뜨물이 나오지 않게 씻는다.
어찌나 박박 문질러 씻어냈던지 1/3은 깎여나간 것 같았다.
쌀을 잘 씻어 쪄낸 것을 고두밥이라고 한다. 
이를 깨끗한 나무주걱으로 대나무로 공간을 띄우고 깔아놓은 모시 천에 살살 펼쳐 식힌다.
밥도 먹었으나 왠지 투명한 채로 고들고들하게 말라가는 쌀이 먹고 싶었다.
살짝 떼어내 맛을 보니 쫀득쫀득하고 달곰한 것이 한 공기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미생물들이 발효하게 되므로 매우 엄정한 살균소독이 이뤄진다.
고두밥이 닿는 모든 그릇은 뜨거운 증기로 소독하는 것은 물론 쌀을 만지는 손에는 어떤 화학약품이 묻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주변엔 세제가 없다. 손도 물로만 박박 씻어내야 한다.
매니큐어를 발라 멋을 낸 사람은 과감히 도가에서 추방된다.
비닐장갑이라도 끼면 안 되나요? 두 눈을 깜빡이며 가양주 체험을 간절히 원하는 여성 있었으나
술의 맛이 좌우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고두밥이 다 식으면 물과 술맛의 핵심인 누룩을 잘게 부숴 손으로 잘 치댄다.
손바닥에 힘을 줘 꾹꾹 눌러주면 어느새 누룩과 고두밥이 끈끈하게 엉겨붙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술독에 담아 한 달간 숙성실에서 발효시킨다.

고들한 밥에 누룩을 잘 섞어 독에 담고 물을 붓는다. 술 한 독에서 무려 4가지 종류의 술이 나온다.
어느 정도 발효를 거치면 대나무에 한지를 발라 만든 '용수'라는 도구를 박는다.
기둥 안에 차오르는 맑은 술을 떠낸 것이 약주라고 불리는 '청주'다.
그 후에 떠낸 술이 탁주로 막걸리의 원액이라 할 수 있고, 탁주에 물을 섞은 것이 막걸리,
그리고 남은 이들을 증류해 만드는 것이 소주다. 




도가에서 추방된 여성들은 이렇게 평상에 누워 시위하다 낮잠 한숨을 즐긴다.




저녁과 캠프파이어

 


저녁은 백숙이다. 고기반찬 없어 어째 하던 부녀회장님이 백숙을 내어주고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센스쟁이 꽃띠 청년은 탁주를 내놓는다. 참 적절한 타이밍이다. 
조금 전 우리가 만든 술이 한 달 후 바로 저렇게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남성 동지가 엄마정신을 발휘하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살점을 팍팍 분리해주었다. 
백숙의 별미 닭죽까지 맛보며 이날 저녁의 포식은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저녁을 먹은 후 밤에는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알려주던 그가 어깨에 대나무 장대를 매고 나타났다.
그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은 바로 생닭 한 마리.

모닥불에 뭔가를 굽게 된다면 당연히 닭이어야 한다고 꽃띠 총각은 심한 배려를 했을 것이다.
경험상 바비큐는 내장을 통해 똥꼬로 관통해야 하건만 바비큐는 처음이었다보다.
꽃띠 총각은 닭 옆구리를 과감히 뚫었다.

그래서 모닥불에 대나무 봉을 아무리 돌려도 닭은 초지일관 사람이 철봉에 매달린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녁 백숙에 배부른 일행이 더는 닭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무렵, 꽃띠 청년은 대안을 마련했다.
올해 갓 수확했다는 씨감자를 한상자 들고 와 은박지에 싸서 굽기 시작했다.




밤새 수다 떨다가 아침은 솟대 만들기
모기에 물리며 모닥불 앞에서 수다에 빠져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느지막히 잠이 들었다.
아침 먹고 산책을 하는 가운데 꽃띠 청년은 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로 솟대 만들기 체험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자연공작을 언제 했던가. 다들 유년기의 공작생활로 돌아가 자기만의 솟대를 만들기 여념 없다.

 



갓 뜯어온 나물로 차린 엄마표 밥상, 친구가 뜯어주는 닭 한마리, 내손을 빚은 가양주, 통닭바베큐를 가운데 둔 캠프 파이어...
이만하면 꽉찬 농촌의 1박 2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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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 그녀가 도망갔다
 
운명이었다. 수천 마일을 비행한 후 그를 만났다. 빳빳하게 다려입은 셔츠가 땀에 젖어 흐느적거린다. 얼굴 가득 세로 주름을 만들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약간의 알코올이 그를 기분좋게 했다. 동이 밝아올 때쯤, 내 손등에 키스를 얹는 금발머리 남자는 나에게 속삭인다. 어느 정도 예감한 나는 그만 반해버린다. 순간 내 인생의 어느 부분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여기는 바르셀로나. 일상이 지루해 죽겠을 무렵 나를 구원해줄 비행기 티켓을 쥐고 날아왔다. 도시 자체가 예술이라는 가우디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닌다. 어떤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일상에서는 늘 계획을 세워야 했으니까 이곳에서만큼은 그런 것쯤 가뿐히 무시한다. 설혹 길을 잃으면 택시타지 뭐. 이런 심산으로 내키는대로 아무 버스나 탄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자 정류장에서 내린다. 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선베드에 반라의 차림으로 누운 남녀 사이를 걸으며 해변의 여유를 만끽한다. 배에 식스팩을 장착한 근육남들이 망아지처럼 뛰노는 이곳은 바르셀로나 네타 구역이다.
일단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저녁까지 보내기로 한다. 해가 저물어가자 나의 배꼽시계도 요란한 알람을 울린다. 레스토랑을 찾아 주변을 돌아본다. 낮의 한가로운 시간에 간단한 음료를 팔던 카페도 저녁 식사 준비에 열을 올린다. 자세히 살펴보니 낮에는 카페, 저녁은 다이닝, 그 이후로는 클럽으로 변신하는 곳이다. 이곳이 바로 가이드북에서 언듯 읽었던 바르셀로나 클럽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우연하게 발견한 이 곳 이왕이면 클럽 활동의 최고의 시간 새벽까지 있어보기로 한다. 해가 저물어가면 하나둘 기어나오는 사람들, 쿵쾅쿵쾅 음악과 함께 거리는 흥분에 휩싸인다. 낮에 태양 아래 널부러져 있던 사람들이 꽃단장을 하고 다시 나타난다. 어느 클럽에 떠밀리듯 들어갔다. 잠시 넋 놓고 있었더니 거짓말 조금 보태 조선 반만 한 엉덩이에 의해 귀퉁이로 밀려났다. 우와, 이 사람들 지들끼리 신났구나. 현란한 조명과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음악소리에 눈과 귀가 적응하길 한참을 기다리니 주변 상황이 들어온다.
엉덩이의 주인공이 열광하던 것은 바로 음악. 한쪽 부스 위에 볼륨과 리듬으로 분위기를 떡주무르듯 하는 DJ가 보인다. 그때부터 내 시선은 그에게 꽃힌 채였다. 그가 특별히 잘생겨서도 아니고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에 감탄해서도 아니다. 다만 내가 그토록 신기하게 바라본 건 몇 시간 동안 입가에서 사라지지 않는 미소 하나였다. 마치 행복해 죽겠다는 그 표정. 공간 안의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책임자로서의 위엄도 없고,  아티스트가 종종 보이는 나르시스적 도취감도 없이. 스스로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 행복을 느끼는 표정. 저런 표정을 나는 얼마나 오랫만에 봤던가. 자유로운 복장 이라고 하기엔 깔끔하게 다려입은 화이트 셔츠가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마치 턱시도를 입고 야구장을 찾은 것 같은. 그런 저런 잡생각. 훌쩍. 영업시간 종료다.
 
그날 하루의 우연한 발견에 스스로 도취되어 그에게 다가가 내가 받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한다. 오늘 하루도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마무리 짓고 있는 그가 매우 고마워하며 말한다.
‘Thank you, I love my job!’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듣고 잠시 멍하다. 그 말을 하는 얼굴이 진정한 행복으로 빛나는 것을 보았다. 그토록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하면서도 한편으로 나는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일이 너무 즐거워 주말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던 한때의 내 모습. 지루한 일상에 가려 그렇게 사랑하던 내 일의 소중함을 잠시 유보했던 것을 반성한다. 여행경비는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지불한 것이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내 문제를 깨끗이 해결할 때가 있다. 일상에 지친 그대여, 가끔 도망가자. 어디든 좋다. 누굴 만나도 좋다. 거기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자극이 될 것이다.
 



 

이글은 김경호의 BNT News International 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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