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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집을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장담했지요. 집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다.  
해외로 나가든 결혼이라도 하게 될 거라 생각해서였죠. 

2013년....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독립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며, 돌아온 탕아를 맞이하듯 귀가를 허락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4번째로 살게 된 집은 너무너무 포근하고 따듯하고... 여기서 사는 한 달 동안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곳에서 난데없이 기간제 채식인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내 시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 밥도 내가 먹고 싶은대로 해먹습니다.
간단한 식물성 요리를 하면서 집에서의 자급자족적인 일상의 평화로움을 경험합니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탕아의 귀환 전 '방뺌 기념 파티'를 엽니다.
자의반 타의반 독립생활을 마치는 기념 집들이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채식 메뉴를 개발하는 창의적 레시피도 나눕니다.
식사는 고기살점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현미채식으로 준비합니다.  가볍고 거친음식을 경험해보세요.

아차차. 프로그램 있습니다.
1부_ 채식밥 천천히 맛을 느끼며 먹어보기.
2부_ 생활바자회(너무나 멀쩡한, 취향이 다해 쓰지 않는 물건 가져오세요.) 
3부_ 동네산책 (소화 시켜야죠)  


뭐 그렇습니다... 심심해서요. ㅎㅎㅎㅎ



이사, 별것 아닌일인데 심심한 이유를 붙여 집들이 이벤트를 만들어버렸다.

(어차피 내가 만든 플랫폼인데 뭐 어때 하는 마음 절반 포함.)

평소 볕이 잘 들어 좋다는 나의 소개와, 채식체험중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버무려

채식을 먹을 수 있는 집들이라는 소개에 지인이 무러 5명이나 방문하였다.




대부분 불을 가하지 않고 간단한 샐러드 위주라지만,
1인이 홀로 밥상을 꾸리다가, 5배의 음식을 해야 한다는건 은근 신경쓰이는 일이다.
양이 모자라면 어쩌지? 재료가 겹치면 어쩌지? 대부분 처음 만드는 건데 실수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
그러나 나의 솜씨를 믿고 그냥 도전~~
대부분 익숙한 채소이고 잘 자르면 그뿐인것.




조금 일찍온 게스트에겐 처음 만나면 뻘줌할테니 각자 명찰만들어 가슴팍에 붙이고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로.

책에 관심 많은 처자들은 엎드린 채로 독서삼매경에 빠졌고...

돕고 싶어하는 그녀들에겐 쪽파를 다듬으라는 미션도 주었다.

살짝 데쳐서 찬물에 헹궈주고 파말이도 시켰다. ㅎㅎ

가내수공업 모드가 되어 열심히 파를 말며 친해졌을거야. ^^





드디어 나의 요리가 공개된다.

묵 무침, 고구마 졸임, 두유마요네즈, 들깨 버섯전골 , 심지어 내가 담은 동치미까지.

한번 혹은 이날 처음 해본 요리다. 그리고 모두 다 국내산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아무 소리도 없다.  열심히 먹느라.
만든 음식에 집중하는 침묵이라면  호스트로서 므흣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이후는 신나게 떠들고 웃고 잠시 누워 등을 지지고 후식 챙겨먹고 수다떨고 그 일의 반복이었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그램은?
먹고 떠드는 가운데 잊혀졌다...

이번 집들이에 힘입어 방이 나가면 그 핑계 삼아
빨리 방을 팔아 준 '복덕방 헌정기념 파티'를 또 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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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 생판 모르는 사람의 집으로 맘 편하게 놀러 갈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올 지도,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는 상태라면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건축을 전공한 안도영, 김정인. 두 청년은 백수가 되기로 하고 (멋지다, 백수결심)

이태원 보광동. 옥상이 있으며 한강과 남산이 보이며 넓은 거실이 있는 집을 발견 즉시 이사를 한다.
한 청년은 보증금이 있었고, 나머지 한 청년은 월세를 낼 수 있는 직장이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있었다.
나무들 사 들고 와 옥상에 뚝딱뚝딱 흔들 그네와 원두막을 만들고 집들이를 연다.
옥상 구석구석에 각종 경작물도 심어놨다.
이 공간에 무엇인가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집들이는 소개의 소개, 꼬리에 꼬리를 물고 200여 명이 찾아가는 장소가 된다.
그리고 언제나 열려있는 누구든 와서 자유롭게 놀다 가는 이태원 가정집 옥상이 탄생한다.


여기까지가 지혜와 경험을 나누는 플랫폼인 위즈돔
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이들의 소개와 취지가 무척 내 구미를 당겼지만, 덥석 남의 집에 놀러 가기로 한 이유는 바로
내가 꿈꾸던 것을 이들은 일상생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4월에 지금의 오피스텔로 이사 와 옥상을 발견하고는 거기다 상추를 심었다. 
마음이 헛헛했는지 식물을 키우고 싶었고 이왕이면 '농사'비슷한 걸 경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도시농부 코스프레는 친구를 초대해 상추를 뜯어 한 끼 밥을 먹는 단계에 가서야 그쳤다. 
몇 뿌리 되지 않지만 직접 농사지은 채소에 밥을 해서 같이 먹는 행위와 장소가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던지….
도시농부 생활은 그때로 끝나 다시 팍팍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늘 공개되는 옥상이고 아무나 왔다가 가는 곳이어서 이렇게 음식을 해놓고 초대했던 적은 없었단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트의 긴장이 역력했다.
이를테면 무료공개 서비스에서 처음 유료화할 때의 긴장이라고 할까.  




차려놓은 음식이 군침이 돈다. 남자 둘이 요리를 준비했다고 하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재료를 일일이 꼬치에 끼워 탄두리 소스에 재워 숯불 구이부터.
옥상에서 재배한 상추와 깻잎 치커리를 썰어 넣고 드레싱을 부은 샐러드.
여기서 난 채소로 전을 부쳐냈다는 것이다. 
이파리 하나하나 반죽을 묻혀 기름에 지져낸 모습을 생각하니 그 정성이 감동적이었다.
노란 카레에 밀가루 빵을 찍어 먹는 거라며 인도식 스타일을 강조한다. 

"버터를 잔뜩 넣고 조리해서 인도식 카레는 걸쭉해요.
한국 사람 느끼한 건 안 좋아하니깐 오뚜기 카레 가루 반, 인도 카레 가루 반 요렇게 섞고 버터는 조금만 사용했어요.
거기에 치즈를 넣는데 몽글몽글한 게 참 구수하거든요.
여기선 못 구하니까 두부를 잘게 썰어 넣었어요."

먼저 백수가 된 도영 씨는 반 년간 인도에 일하러 가서 어깨 넘어 인도음식을 배웠더랬다.
그것을 한국에 와서 한국식으로 맞게 표현해내는 재주라니. 놀랍도다.

"저는 식물, 음식담당이고 쟤는 동물, 설거지 담당이에요."
늘 이렇게 한쪽이 요리를 하느냐고 묻자 돌아오는 답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채소만 크는게  아니었다.
동물담당 김정인 씨가 있었다. 그는 고양이를 두 마리나 키운다. 거북이, 열대어도 키운다.

이 정도 궁합이면 룸메이트 서로 복 받았다.




이날은 한강에서 불꽃놀이 축제가 있었던 날이다. 

불꽃이 터지자 낯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인다. 손에 맥주, 오징어 다리 같은 안주를 들고.
이슬람 사원 다음으로 높은 탁 트인 조망이니 사람들이 찾아온 것이다. 
늘 열려있고, 와서 뭘 하든 자유라는 그들의 이야기가 사실이었다.
여름엔 옥상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겨울 되면 추워서 자주 못 올라올 일이 벌써 아쉽단다.
공간을 기꺼이 내주고 공유하는 독특한 마력을 지닌 이곳.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한여름의 옥상 오두막에서 수박을 먹었을,
푸성귀가 웃자랐을, 느릿느릿 지는 해를 멍하니 바라봤을지도 모르는데…. 

당당하게 직업을 백수라고 했으나 진짜 백수만은 아니었다.
수작업 악세사리를 만들면서 창작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악세사리를 보여달라고 하고 맘에 드는 팔찌를 샀다.

백수라고 써놓고 아티스트라고 읽어주겠다.
http://ando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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