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하프마라톤
2017.04.30 @광화문광장 


난생처음 신청한 공식마라톤 대회. 
세월아 네월아~ 걷는 듯 뛰는 듯 하는 나는 일행을 먼저 보내고, 
하프를 신청한 나보다 15분 늦게 출발한 10km 주자들도 내 앞으로 보내고...
그냥 10km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 첫 대회다. 
차 없는 마포대교를 달린다는 매력은 좋았으나, 
수십만 인파와 함께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짐을 차량에 맡기고 우비를 착용해 체온의 손실을 막는다.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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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처음 마라톤을 열 한 시간 하고나서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오픈된 공간을 내 발로 뛴다는게 생각보다 즐겁다.

운동은 헬스장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면 된다.   

컴컴한 헬스클럽에서 이명이 들리도록 시끄러운 댄스음악을 듣는 대신 

눈부신 햇빛을 사이로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달랄 수 있다. 

게다가 내가 달리는 중랑천은 조경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4월 마라톤에 등록하고나니 괜히 공식 기록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욕심은 있지만 집 밖으로 나와서 뛰면 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발견한게 

숭례문학당의 [매일 10분 달리기] 모임이다.  


매일 10분 이상 달린 기록을 캡쳐에 그룹 카톡에 올리는 것이 전부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출근했다.

일몰을 앞 둔,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10분을 달렸다. 

입춘이 지나자 이 공간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조만간 달리는 사람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 길을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뛰는 맛이 난다.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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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6. pm6:45 - 09.17am 4:48 (10'19)

세번째 42.195 km 마라톤을 하며




올 겨울 어쩌다 마라톤(이라 쓰고 걷는다) 풀코스를 체험하고 은근 이게 중독인바, 

벼르고 벼르다 이번 기회에 또 달렸다. 

8월에도 팀이 있었으나 그땐 무더위에 지쳐 내가 링겔을 꽃고 있던 터라 포기했다. 

날도 선선하겠다, 무엇보다 연휴의 한복판이여서 여유롭다. 

특이하게도 이번엔 다저녁에 출발해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양서역에서 대성리 역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코스다. 

6시무렵 팀과 모여 인사나누고 준비운동하고 출발한다. 


본격 시작 전 마라톤은 결국 자기와의 한판 씨름이라며

달리면서 씨름하고 싶은 자기만의 주제, 결심을 적으랬다. 

나는 내 이름으로 일을 하고 내 힘으로 오롯이 해내어 

그 과정과 결과에서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기를 

그리고 내게 일을 맏긴 클라이언트에게도 당당하기를 위한 주제를 떠올렸다. 





세번째 달리는 길. 늘 시작은 어두웠다.  

두번째 마라톤까지는 암흑에서 동이 밝아왔다면 이번에는 끝까지 어둠이다. 

한겨울에 비해 날씨 조건도 좋으니 이번 판은 8시간 대로 올 수 있지 않겠나는 희망까지 품었다.  

아아. 출발부터 달리는것은 좋았다. 

5km 단위를 55분에 달리기를 3회... 

이 페이스라면 9시간 초반 대는 문제 없을거라며 스스로 감격에 겨워할때 쯤...

무릎이 나갔다. 

지난번 10km를 조깅할 때 나타난 증상과 같다. 

그땐 왼무릎 통증과 운동화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고관절까지 쌍으로 아팠다면 

이번엔 왼쪽 무릎과 왼쪽 허리가 쑤신다. 

이때부터 헬게이트가 다시 열린다. 에라이 모르겠다. 본격으로 걷자. ㅎㅎ


반환점을 돌아오는 15km 남은 지점부터 비가 쏟아진다. 

준비해간 우산을 쓰고 절뚝거리며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앞으로....


하루키는 묘비명에 이렇게 쓸거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나는 마라톤에 한해 이렇게 말하련다. 

적어도 끝까지는 걸었다.





끝까지 걸어낸 나의 기록. 10시간 19분.

차량으로 실측할시는 풀코스 거리로 측정했다는데, 나의 거리 어플에선 요렇게 나온다. 

뭔가 찜찜하지만 그래도 주최측의 실측을 믿어야지 ㅎㅎ








새벽 6시 넘어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가, 이른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 

산골 자락의 고즈넉한 가을 풍경을 감상하며 마라톤 후기를 남긴다.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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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8. am6:25 - pm 4:48 (10'23)

두번째 42.195 km 마라톤을 하며



내 인생에 경험할 일 없을거라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마라톤이었다.

설연휴에 얼결에 풀코스 마라톤에 참여해 

무려 11시간 넘게 '걸음'으로서 완주를 하고 난 후, 나는 매우 멀쩡했다. 

그리고 의외로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였나보다 20일 만에 다시 마라톤을 걷게 된 것은. 

이번엔 편의점을 최대한 들르지 않고, 오랫동안 한 곳에서 쉬지 않음으로 

무려 1시간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었다.



같은 코스, 같은 시간대 였음에도 훤하다. 

그 사이 해가 조금 더 길어졌다. 

흐린 날씨여서인지 해가 뜨는걸 한참 후에 봤다.


이번에는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10키로쯤 걷고 나니 오른 고관절, 왼 무릎 관절과 발등이 아팠다.

마치 관절 마디마디가 자리를 잘못 잡을 것 같은 느낌으로. 

잠시 차를 타고 그만 둘까 하는 생각이 났으나 몸을 살살 달래며 걸었다.


한 번 지났던 길이라 길의 끝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다지 먼 길로 느껴지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았다면 정말이지 뛰었을 것 같다.





"어...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다. 예보에 눈소식은 없었는데..."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길 예측하지 않은 폭설이 쏟아졌다. 

약 10km를 남겨둔 지점에 있던 편의점에서는 우산도 우비도 팔지 않았다. 

이 정도 폭설이면 옷이 젖는 건 순식간이었던 나는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 가게에 들어가서 우산을 빌리는거야!"


내가 서울에서 왔다는 것도, 여기는 강원도라는 것도, 

우산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도 계획에 없이 

눈에 젖은 생쥐꼴로 당당히 우산들 빌려달라는 손님을 보고 사장님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냥 구매한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것을 그때는 도저히 생각을 못했다.






나와 파트너를 딱하게 본 사장님은 나에게 이거라도 쓰고 가라며 넓은 비닐봉다리를 주었다.

무려 고어텍스를 입고 우비 따윈 필요 없었던 나의 러닝메이트 새롬은

비닐봉지를 띁어 일회용 우비를 만들어 씌어주었다.


비닐봉다리에 몸을 구겨넣은 채 눈을 맞으며 걸었다.

꼴찌인 나를 위해 맨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주었던 나의  러닝메이트가 말한다.  

"눈도 오고 힘든데 그냥 택시타고 들어갈까?"

"아니"


나는 나를 그때 알았다. 

나는 이렇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재미있어 한다는 것을, 

택시와 비닐봉다리 사이에서 비닐봉다리를 선택한 내 선택을 사랑한다는 것을,

비닐봉다리로 만든 우비를 입고 펑펑 내리는 눈을 맞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즐기는 사람이란 것을. 

그리고 일상을 여행처럼 즐긴다는 것의 의미를 안다는 것을...



PS. 나와 끝까지 함께 걸어준 새롬이 있어서 든든했다.  








2016/02/11 - [일상의 성장/생활의 발견] - 42.195km 마라톤을 하며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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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7. am6:30 - pm 5:44 (11'14)

42.195 마라톤을 하며



마라톤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록을 위한 마라톤, 그리고 뛰는걸 즐기는 마라톤. 즉, Fun Run.


명절 연휴 몸과 마음을 정비하려고 찾아간 마을 산음리.

아침 조깅으로 6km 정도 달리는 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하루동안 풀마라톤을 한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터. 

진짜로 달릴수 있는 것인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산음리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단단히 옷을 입고 

차로 한시간을 달려 양서역으로 간다. 

뺭 한쪽 내놓을수 없을 만큼 새벽의 공기는 매섭다.

2-3인 팀을 이뤄 출발한 시각은 6:30분. 

뛴다기 보단 조금 빠른 걸음을 걷는다. 

나는 과연 Fun Run 할 수 있을까?

 




어둠 속을 한시간여 걸었을까? 아침 노을이 슬슬 피어나기 시작했다. 

막막한 어둠이 조금 걷히자 서로의 얼굴이 보인다.

모자 사이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이 하얗다. 

호흡으로 배출된 입김이 머리카락에 붙어 응결되었다.

내 마스크도 겉면이 꽁꽁 얼어붙었다. 





출발 시간으로부터 3시간 경과. 태양이 드디어 우리에게 온기를 베푼다.




반환점을 돌아 점심 식사를 한다. 

설날이 바로 다음날이라 웬만한 식당은 다 문을 닫았다. 

마침 송어축제가 열리는 천막에서 국밥과 막걸리로 허기를 채운다.

정감있는 식사가 끝나고 나머지 길을 떠나야한다.




생각보다 심장이 찢어질것 같은 고통도 (뛰질 않았으니)

다리가 후달거릴만큼의 근육통도 (천천히 걸어왔으니)없었다.

중간중간 편의점에 들러 각종 당류를 섭취하며 왔더니 주저앉아 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42.195 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란 것 치고 마라톤의 첫 경험은 꽤 괜찮았다.

새끼발가락에 새끼발톱만한 물집이 잡힌 것 말고는 다친데도 없다.

(다만 이틀 후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 실핏줄이 시뻘겋게 터지긴 했다.)




함께 하는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는 여유도 부려봤다.

체력이 남아있기에 이왕이면 10시간 대의 완주 기록의 욕심도 피어올랐지만,

과감히 여유를 부리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주변의 풍경이 더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그렇게 해서 얻은 나의 첫번째 풀마라톤의 기록은 11시간 14분이다.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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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주해서는 안되는 국가대표 마라토너 입니다.'
머 이런 비논리적인 문장이 다 있어.

처음에는 김명민의 서글한 눈빛을 마주했고,
두번째 들어온건 위의 카피였다.
그리고 아래 나머지 텍스트가 들어왔다.
페이스 메이커. 30km까지 우승후보를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비로소 미묘한 감정을 담은 표정이 이해된다.
그것은 역설의 표정이다.

마라톤의 본질은 42.195km를 완주하는데 있다.
자기와의 긴 싸움. 마지막 한방울 까지 쥐어 짜서 결승에 들어오는 게임.
그러나 마라토너인 페이스 메이커는 완주해서는 안된다.
또한 국가대표이지만 승리를 목표로 선발된 국가대표가 아닌 역설. 
일등을 해서는 안돼는 국가대표.

포스터 한 장으로 영화 내용을 다 알것 같지만
그래서 더 보고싶어지는 영화다.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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