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를 보려고 상영관을 찾아헤메다. 토요일 오후 늦은 저녁 종로 서울극장을 찾다.
웬지 속을 든든히 하고싶어 마땅한 밥집을 찾다가 서울극장 옆 골목을 들어가봤다.
번화한 종로는 무색하게 좁은골목은 밥집으로 성업중이었다.
설렁탕류나 족발류등의 '아저씨' 취향의 음식을 주로 취급했다.
씨국물이라 표현하는 약재를 넣어 오래 졸인듯한 갈색의 족발삶은 국물이 자작하게 고였다.
의외로 젊은 층들도 모여 술판을 벌이는 듯해 신기했다.
슬슬 나의 아저씨 본능이 올라오며 저기서 따끈한 탕 종류를 먹고싶었다.
참을성 있게 골목을 다 둘러보고 어느 설렁탕 집에 들어간다.
애초 상영관 찾기도 어렵고 이영화 를 같이 볼만한 취향을 가진 친구도 못찾아 종로까지 온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나는 설렁탕집에서 감자탕을 주문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골목에 여성 혼자 들어가 밥 한 그릇 시키는 게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하필 종로 골목길을 탐색해본다며 굳이 이 골목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나도 특이한 취향이다.
옆자리에 홀로 온 아저씨는 이미 소주 한병으론 얼큰한 채 두병째 소주를 따고 있었다.
홀로 앉은 여성과 홀로 취한 중년의 아저씨가 나란히 앉아 감자탕을 뜯었다.




내가 들어올때부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옆자리 아저씨는 알고보니 옆자리 빈 방석을 상대로 썰을 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애들하고 달라. 별은 이년 후에 달면 되지.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두번째 술은 회오리로 말았다.

내 친구가 정보과에 있자나. 현직에 있는 정보과 무서운 애들이야.
영주 실수 해봐. 내 친구 정보과 상수. 상수 걔가 추격한다니까.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카운터로 간다.
'아주머니, 내 전화 한통 해도 되죠?'
한참을 다이얼을 누르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순간 눈이 마주쳤고 가상의 상대에서 홀로 들어온 나에게도 대화 상대가 나로 바뀌면 어쩌나 싶어서 잔뜩 긴장했다.

에이, 정보과 전화했는데 안 받아.
여기 내가 항상 다니는 집이야. 이 집 십 년 만에 왔네.
아지매, 여기 몇시요? 에 7시밖에 안됐어? 난 12시나 된줄 알았지.
내가 오늘 산에 갔다왔거덩. 인왕산, 내가 근무했던데 아녀...
내가 지시해서 안된게 없어....

나는 감자탕을 남기고 영화시간을 염두에 두고 나오려는데 내 뒤통수에 대고 그 아저씨 한마디 한다.

우리 형님이 이명박이자나.
Posted by 카페인 코치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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