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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기록/여행문화기획

타인의 여행로망을 저지하는 그것



어찌 하다보니 여행글 청탁을 받기도 하면서 내 나름대로 여행기를 쓰는 원칙이 생겼다. 
때론 이미지 수십장 보다 텍스트 수십줄이 더 실질적이다.
그 여행지의 정보, 대략적인 느낌, 내가 느낀 감상 정도면 된다.
사진으로 다 도배해버리면 눈요깃거리는 될지언정 독자가 현장에 가서 느낄수 있는것은 무엇이겠는가.

료칸을 설명한다면서 료칸의 모든 세세한 서비스들을 다 사진으로 인증샷찍는 행위.
료칸의 메인인 가이세키 요리 접시마다 클로즈업하여 수십장을 찍어내고  그것을 나열한다. 
사실 보는 사람한텐 그게 큰 의미가 없다.
가이세키 요리가 아름답고 다양한건 알겠는데 그걸 수십장을 사진으로 일일이 보여줘서 아 많다. 를 인식하라는 건가.
가이세키 요리와 료칸 잠자리의 특징을 정보로 주고 대표적인 이미지 정도만 소개해도 충분하다.

이미지는 그럴싸하지만 이미 료칸의 섬세한 서비스들을 모조리 다 가상체험해버렸다.
여행사에서는 정보가 없다며 블로거들을 돈으로 사서 그런 리뷰를 시킨다.
블로그에 공개하는 것이 정보전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 료칸의 신비주의를 말살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무릇 여행은 자기만의 느낌과 개성이 살아야 하고 여행자들이 직접 느낄때 바로 여행이 완성된다고 본다.

나는 사진 작가가 아니다.
그러니 사진이 주가 되는 여행기는 쓰지 않는다.
혹자는 잘 찍은 사진 한방이 여행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지만 그건 사진가한테 의뢰할 일이고.
내가 느낀 느낌을 쓰고 이미지는 꼭 그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그날 그 시간에 그 장소에서 내가 찐계란을 몇개 먹었는지 '인증샷'까지 찍어서 포스팅 할 필요는 없다.
출장가서 무척 공들여 사진을 찍고 또 많이도 찍지만 필요한 경우만 사용한다.

내가 본 론다의 누에보 다리, 가우디의 건축물, 이비자의 풍성한 해변의 색감은....
내가 이미지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물과 접했을때 더욱 아름답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