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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닭발 트라우마

나는 닭발을 못먹는다. 까탈스러운 취향 때문은 아니다. 
어릴적 받은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이유인듯 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동시장이었나... 조모(祖母)는 멀리 장보러 시장을 가자고 했다.
봄날, 나들이하듯 나는 조모의 손을 잡고 나풀거렸다. 
부친의 디스크병에 특효가 될 '지네'를 파는 곳은 거기라고 했다.

꽃무니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에 나선 발걸음따라
온갖 과일과 나물들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렸다. 
눈이 쉴세라 그 곳을 다 지나자 음침한 구역이 나왔다. 

리어카에 가득 쌓인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통째로 그을려 혀를 빼물고 이를 드러낸 개들 수십마리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한 구역에는 생선 대가리와 내장이 내 키높이만큼 쌓였다.
퀘퀘한 시멘트 표면과 항상 축축한 상태로 흐르던 물줄기의 음습한 기운이 춥게 느껴졌다.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걸 그때 알아차린것 같다.
아비규환으로 정신이 혼미할 무렵 내 발끝을 지나 둥둥 떠내려가는 하얀 나뭇가지.
이건 뭐지 그 나뭇가지가 흘러온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수백, 수천개의 그것들이 벽 한가득 쌓여있었다. 
'저거...저거 뭐야? 할머니.'
닭의 발. 따로 모아 먹는다고 했다. 심지어 맛있다고 했다.
꽁치의 대가리를 버리는 것과 달리 닭발만 따로 잘라 요리로 쓰인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처음 목격한 죽음의 무덤이었다. 무덤이 부분으로도 보여질수 있다는걸 아우슈비츠에서도 봤었다.
머리털만 잘라모았는데 유리 벽면 한가득 채웠었다.
어린 아이의 키높이만큼 쌓인 죽은 부품들이 보였을 공포는 생생했다.
나는 아직도 닭발을 개고기를 못 먹는다.



 


경쾌한 출근길을 흠짓하게만든 거리의 닭발.
근처에 닭발집이 있어서 순간 연상기법으로 닯발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면 바싹마른 단풍잎일 뿐인것을...
닭발 트라우마 쎄긴 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