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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 인터뷰

[센티의 With Me Lab] 용기를 주는 레시피 만들기 with 안영식씨


센티의 WithmeLAB.
'용기를 주는 레시피‘ 만들기 프로젝트

본인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끌려서 떠난 산티아고. 생전처음 하루 동안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기절하듯 잠들어도 보고, 낯선 환경에서 말 안 통하는 사람들과 부딛껴도 보고. 물집 잡힌 발에 굳은살 생기자 드디어 육체적인 고통과는 별개로 생각이 정리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굳은살이 구원이 되는 신기한 경험도 하고, 이 경험들이 너무 소중해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문의가 하나둘 들어와 웹사이트를 만들어 상담소를 운영하고 결국 여행상품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정말 신기하게도 산티아고의 힘이다. 나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엽서를 만들었고(주술적 의미가 들어간^^)
회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상품화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다녀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하고자 한 욕구는 결국 공유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래서 하나둘 센티를 통해 다녀온 고객들을 캐스팅하기로 했다. 위드 미 랩 센티의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그들이 가슴속에 담아온 산티아고의 조각들을 모아보기로 했다. 이 이야기가 다음 사람을 위한 용기를 주는 레시피로 작용하기를 바라면서.


안영식. 그를 처음 본때는 2010년도 가을이었다.

산티아고 가겠다고 센티를 찾아 씩씩하게 들어와 몇 가지 확인을 하고는 예약을 마치고 돌아갔다. 한 달을 넘게 낯선 이국땅에서 잠자리를 지고 걷겠다는 사람치고는 질문이 무척 심플했다. 회사를 사직하게 되었고 갑자기 내켜서 떠나기로 했단다. 이유도 참 심플하다.
(이하 센티팍은 ‘센티’로 안영식은 ‘영식’으로 쓴다.)



▲  산티아고 완주자의 자랑 필수품인  증명서를 가져오라는 센티의 말에 기꺼이 가져와 자랑질 중인 인터뷰이.
센티는 생장-부르고스 구간만 경험했기에 완주증이 부럽다. 부러워. 



센티: 어떻게 지내셨어요?

영식: 산티아고 이후로 이탈리아에서 친구가 있어서 한 육 개월 머물렀고요, 제주도도 가서 올레길도 걸어보고...

다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거라는 일상적인 질문을 던졌는데 이런 답이 나온다. 이 남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슬쩍 궁금해진다.


센티: 그럼 그 후로 계속 여행을 하셨단 거에요?

영식: 네, 좀 더 그렇게 여행해보려고요.


센티: 혹시 여행을 계속하시려는 목적이 있나요?


영식: 제 이름으로 된 기행문을 쓰고 싶어요.


(기행문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 하자. 음... 솔직히 부럽다. 센티를 이것을 생산적 무위도식이라고 부르고 싶다. 노는 게 아냐 생산하는 거야라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

센티: 참 그러고 보니 여행박사의 오랜 고객 이시랬죠?

영식: 네, 일본을 비롯해서 베트남, 터키, 그리스 등등 좀 많이 다녔어요. 그런데 ‘포인트’가 생각만큼 안 쌓였더라고요.

(앞으로 이분 포인트 팍팍 드려야겠다.
일단 기분 좋아진 센티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한다. )

센티: 질문이 제일 없었던 고객이었어요.

영식: 여행은 내 여행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산티아고도 기행문 한권 보고만 갔어요. 블로그나 맛집 이런 거도 안 찾아보고.  다른 사람이 짠 일정과 느낌을 그대로 따라 갈 것 같아서 저는 책도 지도 보려고 사는 편이에요.


센티: 제일 고생했던 때 이야기 좀 해주세요.


영식: 첫날 피레네 산맥 넘을 때 거의 죽을 고생을 했고요, 제가 나름 군대를 산에서 보냈는데 피레네는 정말 죽음이더군요... 하필이면 비가 엄청 오는데 온몸이 생쥐가 되어서.

그리고 두 번째는 눈이 너무 온 날.. 산에 올라갔는데 눈이 허리까지 쌓이는 거예요. 그래서 또 얼른 내려왔던 기억이 있고...


▲ 보기엔 아름다워 보일지 몰라도 눈물나는 고생길인 눈보라길이었다고 한다. ⓒ 안영식





 2010년 11월 말 출발해서 완주했다. 잠깐 늦가을을 맛보고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간 거다. 이렇게 눈이 쌓였다가 금새 녹아버린다고 한다. 참 신기허네.  ⓒ 안영식


영식: 기억나는 건 쌀을 싸서 처음 밥을 했는데 이렇게 잘 하는 줄도 몰랐죠. 찰진 밥은 물론, 누룽지, 숭늉까지 만들어 먹었어요.
참 엽서는 좋은 아이템이었어요. 모두 지인들에게 편지를 썼죠.

(나름 표현의 욕구를 나눈 센티의 작품이다. 아주 잘했다고 뿌듯해 한다. 엽서보기 )


센티: 인상 깊은 사람들은요?


영식: 음 오키나와에 살았던 일본인 애가 있는데, 샤미센을 들고 와서 연주도 하고 다녔고요, 꿈이 일본에서 스페인 바를 여는 거
래요. 그 친구 따라 바도 여러 군데 다녔어요. 바 인테리어도 꼼꼼히 보고 사진 찍고... 그랬던 친구..

또 18살짜리 캐나다 화가인데 대학 안가고 바로 전 세계 여행을 다니는 친구예요. 얼마전에 한국에 와서 제가 올레길을 안내하기도 했죠. 이런 저런 사람들 만나면서 삶의 여러 방식을 배웠죠.

(인터뷰 초반에 본인 이름으로 기행문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슬슬 다녀온 여행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블로그를 보여 주었다. 블로그를 따라 여정을 한번 더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

영식: 블로그를 만들고 그동안 여행이야기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하드가 다 지워졌어요. 복구도 안되게. 일단 작업 진행이 멈춰졌죠. 젤 아까운 게 터키인데...거긴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어요.


센티: 터키는 자유 여행하기 힘들지 않나요? 문화재도 많아서 가이드 설명이 있으면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영식: 저는 시오노 나나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란 책을 읽고 갔어요. 현재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어떻게 함락했고, 문화재들을 어떻게 이슬람화 시켰고, 지명이나 문화 유적들이... 보이거든요. 굳이 가이드라는 게 필요 없어요. 어떻게 들어왔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저 나름대로 재구성 할 수 있고.


센티: 참 훌륭한 여행 방식 같아요.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음 훌륭한 여행 방식 같다. 센티처럼 취재 목적이 있어 가는 여행은 어쩔 수 없이 일정이 있다 해도 사전 조사 없이 소설 한권 읽고 가는 것도 여행 로망 중에 하나겠다.)



센티: 같은 사람인줄 몰랐어요. 머랄까 수염도 안 깎고 머리도 덥수룩한데 표정은 너무 해맑고
평온한 모습이네요.

영식:  맞아요. 이때는 정말 등 따숩고 먹을거리만 해결되면 부족한 게 없는 거예요. 이때 표정이 딱 그런 거죠. 

센티: 뭔가 의미를 만드는 말 같아서 이런 말은 안 물어보려고 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영식: 네, 있어요. 욕심을 버리게 됐어요.


센티: 무슨 욕심이요?


영식: 한 번은 가게를 못 찾아서 아사 직전까지 갔었어요. 한 마을 슈퍼에서 애걸을 해서 장을 보게 해 줬어요. 그런데 욕심이 생겨서 마구 산거에요. 물건을. 가방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로요. 그 다음날 걷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욕심 부린 것만큼 딱 그만큼 못 가겠는 거예요. 그 뒤로 쓸데없는 욕심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센티: 저는 처음에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못하다가 걸으면서 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영식씨는 어떠셨어요?

영식: 도보여행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얻게 되는거 같아요. 참 아쉬웠던 게 ‘나란 누구인가’를 생각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
거든요. 취업준비 때 자기소개서 쓰면서 일관된 자기 철학,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리를 못했던걸, 이제라도 여기서 생각한다는 게 다행인거죠.

센티: 같이도 걷지만 혼자서 걷게 될 때가 많은데요, 주로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영식: 걸으면서 저는 저의 과거와 대화를 많이 나눴거든요. 뭐 가끔 동수 놀이도 했고요. (웃음) 과거의 저는 더 좋은 고등학교를 가려고 애썼고, 대학도 더 좋은 곳을 가려고 재수도 했고, 취업도 더 잘하려고 했고... 이 모든 노력들을 돌아보니까 결국 더 돈을 잘 벌기 위한 거더라고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나보다 좋지 않은 고등학교 다니던 친구 녀석을 대학에서 만나기도 하고 사회 나와서도 돈 좀 번다고 흥청망청 쓰는 애들 보면 적은 월급으로 살뜰하게 더 잘 사는 친구들하고도 별 차이가 없고. 사람이 한 단계에서 앞서간다고 해도 인생의 길을 또 가다보면 비슷해져 있기도 하고... 성공만 향해 달려가다가 건강을 잃고 병원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죽지 못해 살다가 죽는 경우도 있고, 평화롭게 생을 마감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런 거 생각하다보니깐 아등바등 이렇게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센티: 우아,, 엄청나게 도를 닦고 오셨네요. 근데 이런 생각은 이미 산티아고를 가실 때 어느 정도 생각한 거 아니었나요?

영식: 회사는 홧김에 그만뒀지만, 여행 다녀와서 바로 MBA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을 하던가. 그래서 더 좋은 직장에서 더 돈을 많이 벌어 떵떵거리고 살겠다 였죠.

센티: 아 그럼 길 위에서 생각이 바뀐 거네요.

영식: 네 180도로 바뀐 거죠. 길에서 답을 찾고자 떠났죠. 저도 딱히 재취업이랄지 학문을 계속 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데 있을 줄 알았던 답은 없고 길 위에 또 길이 있더라고요.





우리는 필시 기행문이라면 말 그대로 文이 중심일진데 요새는 사진이 주인이 된 듯하다며 같이 개탄하였다. 사람들이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라고 하는데 정작 내용은 안 봐요. 사진 몇 장 보고 잘 찍은 사진이면 이야, 나도 가야지...라고 하는 거에요.
 
일단 우리는 사직작가가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야기한 내용을 모두 적을 수는 없다. 안영식, 이 사람의 블로그에는 참 영양가 있는 감상들이 적혀 있으니 이곳으로 나머지 감상들을 교류해 보길 바란다. ^^